이것이 바로 신(神)과 인간의 차이이다. 신은 전지전능하지만 사람은 매사를 추진함에 있어 항상 완벽할 수만은 없으며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가의 지도자나 기업의 CEO들이 상황 판단을 잘못하여 중요한 국사를 그르치거나 공익을 크게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징비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책으로는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懲悲錄)을 들 수 있다. 제목이 말하듯이 이 책은 일종의 참회록이다. 집필 동기는 관직을 물러난 후 임진왜란 7년 동안 일국의 재상으로서 전쟁을 수행하며 직접 체험한 것을 정리하여 후세에 참고가 되게 하려는 데 있다.
이 책 전체에 흐르는 주요 내용은 임진왜란 전후를 통하여 인간이 한계상황에 처했을 때 국정을 다루는 위정자의 자세, 지도자의 처신과 민심의 동향, 장수의 자질과 전략, 내부 분열과 갈등, 외세에 의존하는 약소국의 설움 등을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병자호란의 비극!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反正)으로 등극한 인조가 청나라 군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성(城)안에서 45일간 항쟁하다가 추위와 기아에 못 견디고 마침내 임금이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청(淸)태종 앞에 엎드려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를 올리며 항복한 사건이다. 임진왜란의 교훈을 망각하고 반성을 못하는 민족에게 역사의 신(神)은 가혹하게 병자호란으로 응대한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동북아 국제질서는 냉혹하다. 중국은 동북공정에서 고구려를 자기 역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도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동북아 질서를 재편성 하려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과거의 아픔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여 환난을 막아야 할 것이다.
유승우 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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