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에서 시작하는 지방도 372호선은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길이다.
길의 시작은 연천군 미산면 당포성. 이 성(城)은 삼국시대 때 고구려가 신라와 백제를 견제하기 위해 세웠고, 이후 신라가 북방세력을 막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인 군사적 요충지였다. 한국전쟁 때도 격렬한 전투가 있었고, 68년 무장공비 침투 루트로도 알려져 우리 민족의 고된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출발점이다.
당포성을 뒤로 하고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의 숭의전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숭의전지는 조선 이성계가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만든 곳. 이렇듯 처음 지방도 372호선에서 서면 망국의 슬픔 혹은 분단의 아픔을 가장 먼저 느낀다.
하지만 삶에 희로애락이 있듯 슬픔만 있는 길 또한 없다. 숭의전으로 올라가는 길 아래 목을 축일 수 있는 우물 ‘어수정(御水井)’이 있다. 어수정은 고려 왕건이 궁예의 신하로 있을 때 개성을 왕래하며 중간지점이던 이곳에서 물을 즐겨 마셔 지어진 이름이다. 천 년 전 큰 왕국의 꿈을 키웠을 왕건의 포부를 느끼며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넘겨본다.
어느새 동이리 마을로 이어진 길로 들어서면 새로운 절경이 등장한다.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굳으며 생긴 주상절리가 임진강 위에 우뚝 솟아 장관을 이룬다. 제주도쯤에나 있을법한 주상절리를 이곳에서 볼 수 있으니 그 또한 새로운 기쁨이다.
마침 지난 2월 연천군, 파주시,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경기북부 접경지역 관광활성화를 위해 372호선의 연천과 파주 두 지역을 연결하는 DMZ관광도로(파주 초리~연천 고랑포리) 개설을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
민간인통제구역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새 길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이니 기대가 더 크다.
파주는 연간 7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표적 안보관광 지역이니 새로운 길을 따라 파주에서 연천으로 더 많은 발걸음이 이어질 수 있다.
지방도 372호선이 새로운 꿈이 시작되는 길이길 소망해본다.
한상협 경기관광공사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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