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 없는 삼성전자 사라진 M&A·투자… 불투명한 미래
오는 17일 JY(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 구속된 지 3개월째를 맞는다.
수장이 공백인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사상최대 실적 달성과 함께 각 분야에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삼성을 둘러싸고 내외부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세계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오너의 부재로 신성장동력 발굴이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현재는 있지만, 미래는 없다”는 탄식이 내ㆍ외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브랜드 삼성의 위기는 지역은 물론 국내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삼성을 둘러싼 오너 부재 리스크가 하루 빨리 해소돼야 할 시점이다.
15일 삼성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11~12일 이틀간 단행된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는 JY의 부재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말 예정됐던 정기인사가 5개월 늦게 이뤄졌지만, 승진 인사 폭은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IT&모바일(IM)ㆍ소비자가전(CE) 부문 54명, 반도체 등 DS(부품) 부문에서 임원 42명 등 총 96명을 승진시켰다.
지난 2015년 말 정기 인사 때 135명이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70% 수준에 그친다. 특히 DS 부문은 반도체 슈퍼호황에 힘입어 1분기 전년보다 3배나 늘어난 7조 5천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오히려 승진규모는 줄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인사도 지난해보다 3명 줄어든 11명, 15일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한 삼성전기 역시 전년(10명)보다 절반 줄어든 5명이 승진하는 데 그쳤다. 축소된 인사는 JY의 부재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장단 인사는 무기한 미뤄진 상태로 완전한 경영 정상화는 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 수립도 불투명하다.
우선 JY가 지난 2월 17일 구속된 이후 M&A는 사실상 올스톱 됐다.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전면에 나선 JY는 최근 3년간 총 15개의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와 클라우드 관련 시스템업체 조이언트,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기업 스마트싱스, 오디오 1위 전장업체 하만 등 4차산업과 미래산업에 대비하고자 분야도 다양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지난 3월 11일, JY 구속 이전부터 진행된 하만 인수만 완료됐을 뿐 추가적인 M&A나 투자 계획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중장기적 계획아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오너의 결단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 당시 삼성전자가 큰 손실에도 전량 회수와 단종을 결정한 것은 JY의 결단이 있어 가능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 80억 달러를 주고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를 결정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삼성은 일상 업무는 부사장급이 맡고 JY와 사장단이 3~5년 후 먹거리를 고민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공백이 장기화할수록 호실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1심 판결이 예상되는 8월까지 사실상 대규모 사업 투자나 중요한 결단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호실적으로 현재는 유지될지 몰라도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 계획은 사실상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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