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개별관광은 해당 관광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부족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매우 당황스럽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당황스러움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별관광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은 단체관광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관광지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파악은 관광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여 최대한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발로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년 전 겨울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학회를 참석하기 위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경유한 적이 있다. 겨울에는 폭설이나 한파 때문에 종종 항공기가 결항되는 경우가 있어 조심스러운데 하필 공항에 도착했더니 이탈리아행 비행기가 결항이란다.
당황스러움은 뒤로하고 그래도 나름의 경험을 살려 항공사의 데스크에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몇 가지 질문과 함께 색색의 바우처를 내주었다. 하나는 택시에 제출하고 다른 하나는 호텔에 제출하라고 하며 다음날 출발하는 항공권을 다시 발권해 주었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밖에 대기하고 있던 아무 택시에 타서 바우처를 보여주니 익숙한 듯이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도착한 곳은 살펴보니 독일에 올 때 이용한 루프트한자 항공의 지정호텔이었다. 호텔 데스크에서 또 다른 바우처를 보여주니 저녁 식당을 이용하는 방법과 다음 날 아침 식사, 그리고 아침에 다시 공항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시간을 알려주었다. 객실에 올라가 보니 TV에 내 이름과 함께 환영한다는 메시지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결항으로 인한 불편함과 짜증은 감동으로 바뀌었다.
사실 내가 경험한 서비스는 항공사가 결항이라는 불확실성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여 철저하게 그 대응책을 마련하고 그 결과 여행자가 예측 가능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예측가능성은 일반 조직에도 동일하게 중요하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거나 직장을 다녔던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우리만큼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도 않고, 개개인의 능력이 우리만큼 뛰어난 것 같지도 않은데 조직의 성과를 보면 우리와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조직의 외적으로 관찰되는 특징을 살펴보면 적어도 우리보다 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시스템화가 세밀하고 철저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조직의 시스템화는 조직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일상적인 업무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꾸준히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또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들어 지도자는 일상적인 업무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창출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은 문화적인 차이에 기인한 바도 적지 않아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력이 더욱 절실한 작금의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정남호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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