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부터 열릴 8강 대진표에는 아쉽게도 개최국 대한민국의 이름은 없다.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해온 한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의 이름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세계적인 명문클럽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고 있는 ‘바르샤 듀오’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 백승호(바르셀로나B)를 비롯 이른바 ‘황금세대’를 앞세워 34년 만에 안방에서 4강 신화 재현에 나섰던 U-20 축구대표팀의 꿈이 16강전서 포르투갈의 벽에 막혀 좌절되고 말았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리틀 태극전사’들의 8강 진출 좌절에 많은 국민들은 아쉬워하고, 일부 팬들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신태용 감독의 전술운용 문제와 상대 공격수를 마크하지 못한 수비수, 심지어는 한국 축구의 현주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큰 기대감에서 오는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팬들과 국민적 실망감이 이번 대회에 나섰던 21명의 태극전사들보다 크겠는가. 불과 스무살 이하의 어린 나이에 개인의 꿈과 이상은 물론, 국민적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2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땀 흘리며 입에서 단내가 나는 강훈련을 이겨낸 그들이었기에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U-20 축구대표팀이 국민적 열망인 8강을 넘어 4강 신화 창조에는 실패했지만, 우리의 어린 태극전사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최대한 발휘했고,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축구 전문가들은 국가의 전력과 개인의 기량을 증명하는 자리인 성인 월드컵에 비해 U-20 월드컵은 도전하고 경험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라고들 평한다.
아울러 목표 달성의 실패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의 축구 현실을 냉철하게 되짚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발목을 잡은 포르투갈을 비롯 8강에 오른 대부분 국가들은 주전 상당수가 세계적인 명문클럽에 소속돼 1ㆍ2군에서 꾸준히 경기를 치르며 큰 경험을 쌓고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이 뛰고 있는 빅리그는 항상 만원 관중이 들어찬다.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해서 여전히 세계와의 큰 격차를 한탄만 할 일은 아니다. 이승우, 백승호처럼 우리의 많은 축구 꿈나무들이 유럽과 남미 대륙에서 선진축구를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또한 손흥민, 기성용 등 10여 명의 성인 선수들이 유럽의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것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한국 축구의 발전된 모습이다.
이제 국민과 축구팬들도 더 이상 이번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남은 경기를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 또다시 대한민국의 그라운드에서 수많은 지구촌 ‘예비 스타’들이 펼치는 ‘축구 향연’을 직접 지켜보겠는가. 이번 대회 중심 개최도시인 수원시는 세계에서 멕시코시티에 이어 두 번째로 컨페더레이션스컵(2001년)과 한ㆍ일 월드컵(2002년), 17세 이하(U-17) 월드컵(2007년)에 이어 FIFA 주최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치러낸 도시가 됐다.
수원에서는 앞으로 6월5일 8강전과 11일 3ㆍ4위전, 결승전 등 3개의 빅매치가 열리게 된다. 태극전사들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고, 한국 축구의 발전을 기원한다면 수준 높은 외국팀들의 경기를 꼭 지켜보자. 그리고, 평소 축구장을 자주 찾아 한국 축구에 대한 성원을 통해 성장의 토양을 만드는 데 동참해보자. 그러면 우리도 축구 선진국과 같은 발전의 토대가 이뤄질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