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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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임기 중간에 탄핵을 당한 대통령은 전무한 반면 암살을 당한 대통령은 4명이나 된다. 암살당하는 것보다 탄핵당하는 것이 더 어려운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 5월9일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와의 연계문제를 조사하던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해임된 후 이른바 ‘코미메모’가 등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또 미국 온라인 배팅사이트인 Betfair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못 채운다는 배팅확률이 50%라고 한다.

 

미국 역사상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통령이 9명이 있다. 그중 4명은 임기 중 자연사했으며 링컨 대통령, 케네디 대통령 등 4명은 임기 중 암살을 당했으며, 닉슨 대통령은 1974년 탄핵에 의해서가 아니라 탄핵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임한다. 이외에 탄핵에 근접했던 대통령이 2명 있는데 제17대 앤드류 존슨 대통령과 제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후 상원의 탄핵 표결에서 면죄부를 받는다.

 

미국의 탄핵 결정절차를 알아보면 하원이 우리의 국회처럼 탄핵안을 발의하는데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고, 상원이 우리의 헌법재판소처럼 탄핵을 심의하고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데 상원의원 100명 중 23에 해당하는 6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탄핵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을 살펴보면 첫째, 미국 헌법 제2조 4항에 열거된 미국 대통령의 탄핵사유인 ‘반역죄, 뇌물죄, 중대 범죄와 경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둘째, 상원의 탄핵 심판에서 의원 23의 찬성표를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셋째, 대통령의 인기도가 있다.

 

첫 번째 혐의와 관련해서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전 연방수사국 뮬러 국장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임명한 점과 상원과 하원의 동시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와의 내통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압력 등 ‘사법방해’의 명확한 증거 없이 탄핵을 밀어붙이다 역풍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고려에서 탄핵 속도 조절론을 제기하고 있다.

 

두 번째 관련해선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대결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경우 가까운 시일 내 하원에서 탄핵안 발의와 상원에서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세 번째 대통령의 인기도와 관련해선 의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미국도 다름 아닌 재선 여부이며 재선 여부에 대통령의 대중 인기도는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통령의 인기도가 너무 낮으면 의원들의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도는 30% 중반으로 닉슨 대통령 사임 당시 인기도인 20% 중반보다는 높다.

 

현 상황에서 탄핵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다. 다만 탄핵사유가 될 만한 새로운 결정적인 증거가 등장하거나,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더 이상 공화당이나 자신들의 재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민주당이 2018년 말 중간선거에서 놀랄만한 승리를 거둔다면 상황은 변할 수 있다.

 

펄 벅 여사가 자서전인 ‘다리를 지나가기 위해’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불가능하다고 입증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 불가능한 것도 현재 불가능한 것일 뿐이다.”

 

김상일 道 국제관계대사·前 주시카고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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