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단비야… 극심한 가뭄에 신음하던 농가 모처럼 활기

오늘까지 5~40㎜ 더 내려… 해갈엔 부족

▲ 계속된 가뭄으로 쩍쩍 메말랐던 대지에 부족하나마 단비가 내려 농작물들이 모처럼 생기를 되찾았다. 전국에 비가 내린 6일 이천시 대원면 군량리의 한 사과농장에서 농장주가 촉촉히 물기를 머금은 사과를 돌보며 한시름 덜고 있다.  오승현기자
▲ 계속된 가뭄으로 쩍쩍 메말랐던 대지에 부족하나마 단비가 내려 농작물들이 모처럼 생기를 되찾았다. 전국에 비가 내린 6일 이천시 대원면 군량리의 한 사과농장에서 농장주가 촉촉히 물기를 머금은 사과를 돌보며 한시름 덜고 있다. 오승현기자
“열흘 안에 비가 안 오면 올해 농사는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적은 양이나마 이렇게라도 비가 내리니 정말 다행입니다.”

 

6일 경기지역을 비롯한 전국에 단비가 내리면서 깊은 시름에 잠겨 있던 농가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가뭄을 해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메마른 땅에서 성장을 멈춘 농작물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르던 농민들에게는 그나마 위안이다.

 

이천시 대월면에서 2만 9천700㎡ 규모로 사과 농사를 짓는 박용한 씨(64)는 이날 비를 맞으며 적과 작업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빠른 생육을 위해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그에게서는 콧노래가 나왔다. 

이맘때면 사과 열매가 한창 세포 분열을 해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아 전전긍긍했다. 관수 시설을 설치해 호스로 200m가량 떨어진 관정에서 물을 끌어다 썼지만 3천500주의 사과나무를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지하수마저 말라가 관정의 물을 대기도 하루하루 벅찼다. 박 씨는 “열흘 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관정 물도 쓸 수 없다고 생각해 큰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마 적은 양의 비라도 와서 다행”이라며 “하루빨리 큰 비가 내려서 올 한해 농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참깨와 호박, 생강 등 총 5천610㎡ 규모로 밭농사를 짓는 엄옥선 씨(64) 부부는 이날 오후 5시께 굵은 빗줄기가 내리자 들깨 씨를 한가득 들고 한달음에 밭으로 달려나왔다. 

엄 씨가 부지런히 들깨 씨를 뿌리면 남편이 갈퀴로 씨를 뿌린 자리에 비를 머금은 흙을 꼭꼭 덮었다. 엄 씨는 “애초 지난달 들깨 씨를 뿌려야 했지만 땅이 메말라 씨를 뿌릴 수 조차 없었다”면서 “비가 안 와 호박과 참깨는 전년보다 절반 밖에 자라지 않았는데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단비가 내리면서 그동안 메말라 쩍쩍 갈라졌던 밭은 오랜만에 물기를 머금어 생기가 돌았다. 용인과 화성시 등 도내 논ㆍ밭 곳곳에서는 농민들이 반가운 손님을 맞이한 듯 비옷도 입지 않은 채 달려나와 괭이와 호미를 들고 밭에 물꼬를 트는 데 분주했다. 

이처럼 반가운 단비가 내렸지만, 오래 가물었던 탓에 해갈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날 오후 7시 40분 현재, 경기권역에 내린 강수량은 5㎜ 내외로 해갈까지는 아직도 많은 양의 비가 필요하다.

 

그나마 기상청은 7일 오후까지 경기북부지역에는 10~40㎜, 남부지역에는 5~30㎜가량의 비가 올 것으로 전망해 농부들의 손길은 한층 바빠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수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150㎜가 넘는 비가 더 내려야 한다”면서 “당분간 해갈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오늘 단비로 농민들의 시름이 다소 덜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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