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美2사단 100주년 기념콘서트 ‘파행’

일부 시민단체 “효순·미순이 추모기간에 부적절” 철회 요구
초청 가수들 비판여론에 대부분 불참… 행사축소 항의 빗발

▲ 미2사단 창설 기념공연 (1)
한미우호 증진과 한국 안보에 기여한 미군 장병들을 위해 의정부시가 지난 10일 주최한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엉망이 됐다. 

일부 시민단체가 6ㆍ10 민주항쟁 기념일과 효순이ㆍ미순이 추모기간에 부적절하다며 철회를 요구한데다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초청 가수들이 대부분 불참하면서 예정된 공연시간도 채우지 못한 채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갑자기 행사가 축소되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평택, 동두천 등지서 버스로 올라온 미군들은 공연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콘서트는 ’우정을 넘어선 미래를 위한 약속’이란 주제로 시가 4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특별히 마련했다. 콘서트가 열린 의정부 실내 체육관은 미2사단 소속 미군 500여 명과 시민 등 3천5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열린 1부 행사 뒤 2부 슈퍼 콘서트는 이날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인순이, EXID, 오마이걸. 크라잉넛, 스윗소로우, 문재숙 등 각 분야 별 초청된 인기가수가 공연할 예정이었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8~9시 클로징 영상을 상영하고 행사를 마치겠다고 알렸다. 

그러나 2부 콘서트는 문재숙 씨 외에는 초청가수 참여가 어렵자 구수경, 의정부시 시립무용단, 미8군 군악대 록밴드, 이혜란 등으로 대체한 뒤 오후 7시 28분께 끝냈다.

 

사회자가 “사정에 의해 오늘 초청받은 가수들의 공연은 하지 못한다. 죄송하다”고 말한 직후다. 앞서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인순이와 EXID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려고 했으나 사정상 인사만 드리게 됐다”고 사과했다. 초청 가수들의 소속사는 펜클럽 카페나 SNS를 통해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콘서트 참여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여론이 높아가고 직접 전화 항의를 받자 공연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 가능동에서 자녀와 함께 구경온 한 시민은 “반대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52년간 한국의 안보를 위해 이바지해온 미2사단 장병의 노고를 축하하려고 시민의 이름으로 마련한 축제를 망치게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학 한미 2사단 친선그룹 회장은 “한미우호 증진을 위해 의미 있는 행사다. 그러나 주최 측의 아무런 해명 없이 행사가 중단된 건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의정부지역 일부 시민단체는 행사에 앞서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경전철 파산으로 재정적 압박을 받는 의정부시가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효순이ㆍ미선이 추모기간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행사를 치른다며 행사 취소를 촉구했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이 같은 일이 빚어진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경위를 자세히 파악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 미 2사단 창설 기념공연 (2)

의정부=김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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