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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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소비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정부예산에도 14% 정도가 교육예산이라고 하니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태어나서 겨우 부모 품에서 사랑받을 나이부터 유아원으로 유치원으로 학교로 학원으로 치열하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을 목표로 모든 아이들이 경쟁한다. 

교육전문가를 비롯해 정치인, 학부모, 교사들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해결책은 못 찾고 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외부요인이 기존 교육제도에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이제 대학 졸업장으로는 사람보다 훨씬 저렴하고 쉬지 않고 일을 해 줄 로봇으로부터 일자리를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지고 말았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의 화이트칼라 일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가보지 않은 미래라 자욱한 안갯속을 헤매듯 답답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모를 일도 아니다. 우선 로봇이 못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아마도 사랑, 창조, 감성, 열정, 나눔 등과 관계된 것들일 것이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적당히 배우고 일하면 되리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 일은 로봇이 다 하고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자리 자체가 매우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의 일자리보다는 진정으로 일 자체를 즐기며 행복하지 못하면 일할 기회조차 얻기 힘들 것이다. 돈을 버는 것보다 행위 자체로서 행복한 그런 일을 찾아야 될 것이다. 

그럼에도 최소한 기초생활은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불안한 비정규직이라고 봐야 한다. 기초생활이 안정된 상태에서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직종을 자유직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시대는 이러한 자유직이 주류를 이루는 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이다.

 

이미 유럽의 몇 나라에서는 기초생활비(Basic Income Guarantee)를 나눠주려고 검토 중이다. 그렇게라도 기초생활을 안정시켜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더 바람직한 방향은 돈을 나눠주는 것보다는 국가와 개인이 힘을 모아 자급자족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자존감을 갖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은 농사방법이나 에너지 획득 그리고 공유경제 등으로 이 같은 기초생활을 위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게 정부가 나선다면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 인재는 기초생활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학습이 필요하고 기초생활이 안정된 상태에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자유직에 종사하게 될 것이다. 기초생활 안정을 위한 여러 가지 행위들 예를 들어 자급농사, 메이커스 활동, 공동체 봉사 등을 학습하며 자존감을 고취하고 어느 정도 안정된 환경에서 자아실현을 위한 다양한 도전을 마음껏 해 본다면 진정한 ‘자아실현 사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녀들에게 ‘로봇과 경쟁해서 승리하라’고 다그치는 것과 같은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전하진 썬빌리지포럼 의장·前 한글과컴퓨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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