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이라고 함) 제24조 제3항 제5호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은 총회의 의결(사전 의결을 의미)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동법 제85조 제5호에 따르면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 의결을 받지 않고 추진한 조합임원은 형사처벌을 받는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조합은 관리처분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하여 조합원들로부터 승인을 받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관리처분계획(안)에는 전체 사업진행과정에서 소요될 각 공사 및 용역 항목별 소요비용을 산정한 정비사업비추산액(표)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안)에 포함된 정비사업비추산액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전체 예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별도 총회의 의결을 받지 않고 위 정비사업비추산액에 포함되었던 각 공사 및 용역계약을 관행적으로 체결해왔다. 그동안 이와 같은 관행적 사업진행 방식에 어떠한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2015년 5월 15일에 선고된 대법원 판시에 따르면 이러한 관행적 사업진행 방식은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를 위반한 것(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 의결 없이 진행한 것)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대법원(2015. 5. 14. 선고 2014도8096 판결)은 ‘예산’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단체에서 한 회계연도의 수입과 지출을 미리 셈하여 정한 계획’을 의미하고, 그렇다면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 규정하는 ‘예산’이라 함은, ‘조합의 정관에서 정한 1회계연도의 수입·지출 계획’을 뜻한다고 하였다.
필자가 생각할 때 위 대법원의 판시는 다음의 점에서 의문이 든다. 조합의 사업비 예산은 수년 치의 사업비 예산을 미리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하여 이를 토대로 용역계약 등 사업시행과 관련된 여러 계약을 시의 적절하게 체결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위 대법원의 법령해석은 정비사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에서는 1회계연도 예산에 당해 진행예정인 모든 공사 및 용역계약 항목을 포함하여 매년 조합원 총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함을 유의해야겠다.
임영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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