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청문회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문재인정부의 협치와 통합에 거는 국민적 바람이 매우 크다는 데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등장한 역대급 새 정부가 첫걸음을 산뜻하게 뗄지 파행으로 시작할지 염려하는 국민이 많다.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이 청문회 현장에서 드러난다. 국회의원들의 비합리적이고 유치한 질문, 팩트 검증 없이 등장하는 공세들, 왜곡되고 과장된 공격은 오로지 ‘후보 망신주기’ 목적인 듯 보기 민망할 정도의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청문회를 둘러싼 또 다른 병폐로 무책임한 언론 보도를 빼놓을 수 없다. 언론보도는 확실한 검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 멘트 중심의 미확인 공세를 앞세우는 보도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1787년 헌법제정의회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인준권을 규정하면서 출발한 것이다.
미국의 청문회는 우리와는 같은 듯 다른 모습이다. 미국도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의회가 인사청문회를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청문회를 눈여겨볼 만한 점이 있다. 미국의 청문회장에서는 후보 자신의 배우자나 형제, 자식 등 가족이 후보 바로 뒤에 앉아 함께 한다. 청문회는 주로 후보의 능력과 자질, 가치관 검증에 주력하는데, 후보 망신주기식 신상 털기 청문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더구나 ‘아니면 말고 식’으로 후보 주위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일은 보기 어렵다.
공직자는 업무수행능력 외에도 흠결 없는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더욱 합리적인 태도로 철저하게 후보를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청문회장이 ‘후보 망신주기’ 경연대회장처럼 보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 특히 공세적 입장을 견지하는 야권에게도 득이 될 것이 별로 없다. 야당이 되면 으레 반복하는 ‘트집 잡기’는 어떠한 이로움도 주지 못한다. ‘반대만을 위한 반대’로 일관하는 악순환적 관행을 바라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후보자의 사생활을 들춰내며 흠결 찾기 대결을 벌이는 여·야 힘겨루기는 불필요한 소모전이며 국력낭비라는 인식이 더 많을 것이다.
이제 청문회도 바뀌어야 한다. 합리적인 인사청문회를 위한 시스템 개선과 구체적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 무분별한 비판 여론을 방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망신주기식 청문회 더 이상 안된다. 정책 검증과 도덕성 검증 두 부분으로 나눠 진행하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일각의 주장도 일리 있어 보인다. 청문회 검증 진행과 관련해 어떤 기준으로 어느 수준에서 무엇을 허용 범위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순 신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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