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보물지도

비가 온다. 100여 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라고들 한다. 타들어간 대지와 우리들의 마음을 적셔주는 그리웠던 단비가 내린다. 운동을 갔다 오던 길 벤치에 앉아 비를 맞는 청승과 함께 한참동안 상념에 잠겼다.

 

옛날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국가적인 어려움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했었던 기억이 많다. 같이 우물을 파고 기우제를 지내는 등의 공동체 의식으로 서로를 위로 하면서 극복했던 것 같다. 그런 아름다운 우리의 마을들은 어디로 떠나버린 것일까. OECD 국가 중 공동체 지수가 최하위,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우리나라는 단기에 이룩한 엄청난 경제 성장의 이면으로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지역문제 발생, 가족 해체 등의 문제들이 발생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공동체 의식 복원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사업을 고민한 결과 경기도 평생학습마을 공동체 지원(Golden Triangle) 사업을 2012년부터 추진하게 됐다.

 

본 사업은 마을을 운영하는 데 있어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주체들을 마을 내부에서 발굴ㆍ양성하여 마을 사업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여 주민을 강사로 양성해 새로운 학습형 일자리도 함께 창출하는 마을사업이다. 즉 현재 살고 있는 삶터를 공동체를 통해 배우고 즐기고 나누는 황금의 삼각지대로 형성하는 사업으로 현재 24개 시ㆍ군의 69개 마을이 조성되었다.

 

모든 마을들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어려운 가시밭길을 뚫고 성공한 몇 개의 마을을 소개해본다. 시흥시 참이슬평생학습마을은 마을 내 23개의 강좌와 6개의 학습동아리가 마련됐고 28명의 마을 활동가가 활동하고 있는 대표 평생학습마을로 연간 평균 23번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포천시 장독대마을은 마을프로그램을 통해 학습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학습프로그램과 관련 있는 체험 및 소득상품을 개발하는 데 힘쓴 결과 주민의 소득창출을 높일 수 있는 마을기업으로 지정됐고 도시민을 유치하고 체험을 진행할 수 있는 농촌체험 휴양마을로도 선정됐다. 이러한 성과에 대한 희열과 행복은 뜨거운 열정과 인내를 불태운 자들만의 몫일 것이다.

 

진흥원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평생학습마을의 전망과 과제를 짚어본 바에 의하면, 현재 조성된 마을이 지속가능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꾸준한 공적 예산지원과 함께 마을에 밀착해서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이 반드시 필요하고 모든 시ㆍ군에 육성되어야 한다.

 

깊은 밤 아직도 빗줄기 소리가 사납다. 내 마음에 위로와 편안함을 주는 아름다운 선율이다. 경기도의 평생학습마을이 공동체를 살리는 보물지도로써 자리를 잡아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대한민국의 모델이 되길 희망한다.

김경표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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