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 실기(失期)

김창학 정치부장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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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세월호 참사 당시 고인(故人)이 된 김초원ㆍ이지혜 기간제 교사가 공무상 사망한 비정규직 순직을 인정받아 살신성인 명예의 전당에 봉헌됐다.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싸운 지 14개월 만이고 차가운 바닷물에 목숨을 잃은 지 3년 만이다. 답답했던 국민은 환호했다. 학생을 위해 숨졌지만 죽임을 당해서까지 비정규직으로 차별받아야 하는 까닭에 허탈감을 넘어 분개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거듭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군 당국이 ‘김일성 광장’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전략무기 발사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북한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항상 끌려다니기만 했던 정부의 무력함에 모처럼 속 시원함을 만끽했다.

 

이 같은 이유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잠시 하락세를 보였으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와 비교할 때 가장 높은 수치로 단숨에 회복했다. 그러나 현 정국을 보면 폭염에 지친 마음만큼 답답하다. 비록 조대엽 노동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인사청문 사태가 정리됐으나 아쉬움이 많다. 

그동안 송ㆍ조 후보자 문제로 정국이 꽉 막힌 탓도 있지만 여야가 자기 주장만 내놓을 뿐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추경까지 보이콧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장 ‘명분 쌓기’라는 해석과 함께 ‘정치 꼼수’로 낙인,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적격’으로 결론을 내린 송ㆍ조 두 후보자 임명 반대를 재천명하며 여당을 압박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문준용 특검’ 카드까지 꺼내며 강경하게 나왔다. 

어찌 보면 ‘송ㆍ조 둘 다 안된다’는 야권의 뜻일 수도 있다. 물론 당청의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꼼수니, 술수니 하며 귀를 닫아버린 야당의 대응은 아쉬움이 남겼다. 꽉 막힌 ‘정국 동맥’을 뚫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두 명 중 한 명을 택했다. 

하지만 국민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의 고위공직 원천 배제를 공약했다. 이른바 ‘공직 배제 5대 원칙’이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변함이 없다. 

여야의 자리바꿈으로 공격과 수비위치만 바뀔 뿐 전략과 전술은 하나도 변하지 않는다. 이 불편한 고리를 끊을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경력이 사회적으로 작다면 작을 수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잠재적 살인미수다. 

특히 방산비리의혹에 천암함, 연평도 추모일에도 골프를 쳤다는 한 국회의원의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기준에 어긋나는 후보를 내세우고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어찌 보면 여야의 상황 인식과 관점이 다른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 점에서 서로의 시각차를 대화와 타협으로 좁혀 절충안을 찾는 게 정치의 본령이다. 문 정부는 정치 협상이란 명목하에 ‘선별 낙마’ 카드를 내놓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인사청문회로 정국이 더이상 과부하 걸려서는 안 되지만 국민은 원칙을 지키는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더욱더 원했다. 비록 조대엽 장관 후보가 지명 33일만인 13일 전격 자진사퇴했을 지라도 국민정서와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를 고집하지 말고 과감히 교체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송영무 장관 임명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공은 야당으로 넘어갔다. 사실상 야당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퇴로가 마련한 셈이다. 인사청문회가 일단락 된 만큼 여야는 일자리 추경안과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위해 서로 마주 보며 충돌할 수밖에 없는 협치(峽治)를 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힘을 합치는 협치(協治)의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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