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부분의 가족들은 이런 내용을 잘 몰라서 더 많은 피해를 입는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도박중독자의 가족들이 가장 많은 실수를 하게 되는 도박 빚 대리변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도박중독자들은 도박 빚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들에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도박 빚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며, 자신의 도박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다. 가족들은 이런 대리변제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도박 빚을 빨리 정리하고 새 출발하라는 취지에서 빚을 갚아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도박자에게 다시 도박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결과가 된다. 가족들이 빚을 갚아주지 않으면, 도박자는 채무불이행자가 되어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지만, 가족들이 빚을 갚아주면, 도박자는 더 이상 채무불이행자가 아니고 돈을 빌릴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결국 도박기회가 생겼을 때 쉽게 돈을 빌려 다시 도박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가족들이 빚을 갚아줌으로써 다시 도박할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런 경우를 치료현장에서 자주 보게 된다.
도박자는 자신에게 도박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동안 도박을 한 이유가 빚을 갚기 위해서였는데, 이제는 빚이 없어졌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도박을 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런 사람들은 중간에 치료를 그만두게 되고, 몇 개월 뒤 더 많은 도박 빚을 안고 다시 센터로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박 빚은 반드시 도박자가 책임져야 하며, 도박 빚을 갚아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독자들은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혹시 독자 주변에 도박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빚은 절대로 갚아주지 말고, 전문치료기관으로 연락해주기 바란다.
김경훈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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