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3~24일 용산아트홀서 공개
대기업 포기하고 뒤늦게 음악 도전
시행착오 통해 아티스트 자리매김
팝페라 가수이자, 랑코리아 예술감독인 주세페 김(51ㆍ한국명 김동규)은 시행착오를 즐기는 남자다. 남들은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기를 쓰는데 그는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에겐 스승이 없다”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말한다.
굳이 물어보지 않은 작곡공부를 안 했다는 것까지 고백한다. 흥미로운 건, 한국 음악계의 ‘고질병’과도 같은 지연, 학연 따위의 인맥이 그에게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허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에너지로 한국 공연계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그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음악적 해답’을 찾고, 스펙트럼이 넓은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그는 대학에서 산업심리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취직했다. 나름 괜찮은 출발이었다. 그런데 뒤늦게 음악공부를 시작하면서 우연처럼, 혹은 운명처럼 그는 음악계에 뛰어들었다.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고, 산타체칠리아 국립아카데미 등에서 9년간 성악과 오페라를 공부했다. 현지에서 만난 아내 구미꼬 김과 부부 팝페라 듀오 ‘듀오아임(음악 속에 빠진 사랑)’을 결성해 한국에서 활동했다. 랑코리아의 전신인 셈이다.
창작과 제작을 동시에 하는 랑코리아는 융복합 전문예술단체로, 동양의 감성을 추구한다. 팝페라, 오케스트라, 무용, 배우, 퍼포먼스, 미술까지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주세페 김의 작곡으로 윤동주, 천상병, 구상, 박노해, 이상백, 정희성 등의 시를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문학적 공연을 시도해 2014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대상, 2016년 동반성장대상을 받았다.
그런 그가 올해 최재형(1860~1920)이라는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는 창작 뮤지컬을 기획, 제작 중이다. 최재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입양에 의해 러시아로 귀화한 독립운동가로,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배후에서 도운 인물이다.
“최재형 선생은 굉장히 글로벌했고, ‘제2의 레미제라블’이 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 노비의 자식이란 신분을 극복하고 러시아에서 거부되어 조국과 민족을 위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회공헌 기업가이자, 한인 디아스포라의 어려움을 딛고 조선 독립에 재산과 목숨을 바친 항일독립운동가 최재형의 뜨거운 삶을 랑코리아가 무대에 올릴 예정입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픽션으로 최재형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유도하고, 장엄한 대륙적 오케스트라 협주곡부터 심금을 울리는 국악까지 다양한 편곡과 대중성 있는 크로스오버와 현대적인 락발라드까지 가미해 국제적인 스케일의 무대를 연출하겠다는 것이 주세페 김의 목표다. 첫 쇼케이스는 오는 11월 23~24일 서울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2002년부터 성남시에 거주하며 활동 중인 그는 랑코리아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을 위한 인문길라 토크콘서트도 선보이고 있다. 한국적 가치(K-Value)를 올바로 인식하면서 타 문화를 배척하기보다는 존중하며 상생하자는 취지로 주세페가 음악으로 인물들을 소개하는 공연과 토크 형식으로 진행한다. 올해는 성남권 7개교, 2천 명을 대상으로 시행하며 최근에는 성남 복정고등학교에서 1~2학년 500여 명을 대상으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할 만큼 내가 원하는 일인지 찾지 못했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10대들에게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들려줍니다. ‘안정적인 대기업 직장인’에 모두가 올인하는 사회가 아니라 각자의 꿈과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음악을 통한 인식 가치 변화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오로지 입시 경쟁과 스펙 경쟁만 남은 한국 사회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수많은 시행착오과 실패를 겪어온 끝에 찾아낸 주세페 김. 경험해보지 못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민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노련함으로 그는 한국 음악계에서 크로스오버 음악이 국내 음악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주세페 김은 오늘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좌충우돌 돌진하듯 신나게 시행착오를 즐기고 있다.
성남=문민석ㆍ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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