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이상한 나라에서 얻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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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길포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곳은 아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저자로 잘 알려진 루이스 캐럴이 집필 활동을 하다 1898년 묻힌 곳이다. 영국 런던의 워터루역에서 남서쪽으로 기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이곳은 서리카운티의 주도로 영국의 전형적인 모습을 여전히 갖추고 있어 영국인들에게도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대부분의 집들이 아직도 빅토리아시대의 외관을 유지하고 있고, 지역 전체가 고층건물이 거의 없으며 도로도 크게 변하지 않아 언뜻 보면 여전히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사실 1980년대 초만 해도 대부분의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여느 농촌의 소도시와 큰 차이가 없었던 이곳은 지역중심대학인 서리대학교가 주축이 되어 리서치파크라는 혁신연구단지를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오랜 논의 끝에 지금은 이 혁신단지를 통해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이 고용과 부를 창출하고 있다. 

덕분에 런던에 못지않은 부촌을 꾸리게 되었고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마을이 되었다. 1992년 쏘아 올린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도 서리대학교와의 협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니 우리와도 관계가 깊다. 대학 내 5세대이동통신연구센터에서는 차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며 우리 기업들과 역시 교류가 많다. 

또한, 이 대학의 호텔관광대학은 유럽에서 가장 연구와 교육을 잘하는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비단 길포드 뿐만 아니라 전통과 첨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영국은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이 이상한 점이 많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자연환경을 비롯하여 전통은 보존하고 개발은 매우 신중하게 시행하며 그 안에서 나름의 삶을 개선해 나감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개발지상주의에 매도된 듯한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자문을 갖게 한다. 미래에는 아마도 지금과는 많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겠지만 사람들의 본질적인 삶의 방식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환경과 삶의 방식을 너무 많이 변형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곳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우리가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몇 년 뒤가 아니라 100년쯤 지난 후에도 우리가 행한 일들이 정말 제대로 된 일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노력 없이 시행된 일들은 단기간에는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다시 원위치가 되어야 하는 자원의 낭비일 뿐이다. 큰 시간의 관점에서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은 일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조급하게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고 서두르면 오히려 하지 않은 만 못하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이고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의사결정하는 것이 좋다. 모든 일에 있어서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선택은 우리 몫이지만 그 책임은 우리 아이들이 지게 된다. 

정남호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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