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지역맞춤형 정책이 답이다] 일본 나기초 마을을 가다

“아이는 마을이 키운다” 약속 지킨 지자체
출산부터 교육·의료·주택 등 전폭 지원

1.JPG
▲ ‘자녀 양육지원을 선언! 자녀를 기르려면 나기초 마을로 오세요!!’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 막에서 나기초 마을 관계자들과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나기초 마을 잡지 표지.(왼쪽) 나기초 마을의 양육지원시설 ‘나기 차일드 홈’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보육교사와 놀이수업을 하고 있다.
일본은 합계출산율이 1.5명을 밑도는 저출산 사태가 2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최근 1년 새에는 인구가 30만명 넘게 줄면서 인구절벽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2060년 일본의 인구수는 8천600만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합계출산율 2.81을 기록한 곳이 있다. 인구가 6천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마을에서 2014년 일본 전국 합계출산율의 두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바로 오카야마현 북부에 위치한 나기초 마을이다.

■ 자녀를 기르려면 나기초 마을로 오세요

지난달 26일 방문한 나기초 마을의 청사 외벽에는 특별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자녀 양육지원을 선언! 자녀를 기르려면 나기초 마을로 오세요!!’ 나기초 마을이 2012년부터 당당하게 내세운 문구다.

 

문구처럼 나기초 마을에서는 출산부터 교육, 의료, 주택까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한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은 마을의 존립문제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지자체 합병이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재정이나 인구 형편에 따라 지자체 합병을 진행했고, 인구 6천명의 나기초 마을도 합병 대상 중 한 곳이었다.

 

2002년 나기초 마을은 합병에 앞서 주민 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 73.1%가 합병을 반대했다. 나기초 마을의 저출산 정책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나기초 마을의 인구는 6천690여 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라면 2015년에는 5천명대, 2025년에는 4천명대, 결국 2060년이면 인구가 2천800여 명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기초 마을은 더 이상의 인구 감소를 막고, 타지역의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출산 정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2003년 민관으로 구성된 ‘나기초 마을 재출발책정위원회’를 발족시켜 다양한 정책들을 검토해 나갔다. 나기초 마을이 집중적으로 투자한 부분은 양육지원이었다. 철저하게 양육가정을 지원해 비싼 보육료와 집세 등으로 아이 낳길 두려워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없애고, 타지역의 양육가정을 유입하기 위함이었다. 현재 나기초 마을에서 저렴한 월세로 지원하는 주택의 거주자 중 절반가량은 타지역에서 유입된 가정이다.

 

장기적으로 저출산 정책을 펼친 결과 2005년 1.41명에 그쳤던 합계출산율은 2009년 1.8명, 2013년 1.88명으로 꾸준히 늘었고 2014년 2.81명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해 일본의 전국 합계출산율 1.42명보다 두 배 높고, 30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힘 쏟았던 프랑스의 합계출산율 2.01명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 출산에서 보육까지 양육가정 전폭적인 지원

나기초 마을에서는 출산부터 보육에 필요한 교육, 의료, 주택까지 모두 지원한다.

먼저 출산축하금으로 첫째아 10만엔(101만원), 둘째아 15만엔(152만원), 셋째아 20만엔(203만원), 넷째아 30만엔(305만원), 다섯째아 50만엔(508만원)을 지원한다. 불임과 난임으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위해서 불임치료 보조금과 습관성 유산 및 조산에 관한 치료비도 일정부분 지원한다.

 

나기초 마을의 보육료는 현저하게 싸다. 둘째 자녀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보육료는 반액이고, 셋째 자녀 이후로는 무료다. 또 마을에는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할 겨우 통학비 일부를 포함해 학생 1명당 연간 9만엔(91만원)을 3년간 지원한다.

 

의료비 또한 아낌없이 지원한다. 18세까지 의료비를 전액 지원한다. 나기초 마을에 사는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의료기관 등에 내는 부담을 100% 지원한다. 여기에 국가필수예방접종은 물론이고 로타바이러스나 B형 감염 등 법정 외 예방접종도 무료다.

 

획기적인 것은 주거의 지원이다. 40세 미만의 양육가정 부부를 대상으로 마을에 있는 단독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파크 사이드 나기’와 ‘그린 빌리지 나기’ 등 두 곳을 합쳐 총 17동의 단독주택이다. 

가령 방 2개와 거실, 부엌이 있는 집의 월세는 4만5천엔(45만원)이고, 방 3개와 거실, 부엌이 있는 집의 월세는 5만엔(50만원)이다. 이는 부근 시세보다 30% 이상 싸고, 인근 오사카시보다 60% 이상 싼 가격이다. 최근에는 정착지원을 위해 ‘센터 빌리지 나기’를 지어 60가구의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나기 차일드 홈’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왼쪽) 나기초 마을이 지원하는 주택과 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의 공립육아지원센터인 ‘오카야마시 미나미가타 육아지원센터’ 전경.
‘나기 차일드 홈’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왼쪽) 나기초 마을이 지원하는 주택과 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의 공립육아지원센터인 ‘오카야마시 미나미가타 육아지원센터’ 전경.
■ 한마음 한뜻으로 

나기초 마을은 정신적인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자체와 주민이 협력해서 운영하는 양육지원시설 ‘나기 차일드 홈’이 대표적인 사례다. 

 

나기 차일드 홈은 기존 보육원, 유치원과는 거리가 멀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보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공간이다.

 

나기 차일드 홈은 마을에서 출산 정책을 시작하기 이전인 1998년 청사 옆에 문을 열었다. 마을에 사는 엄마들이 자녀 양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모임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주로 0~4세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아이의 이유식부터 어떤 기저귀를 쓰는지, 어떤 동화책을 읽어야 하는지, 유치원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고민을 나눴다.

 

엄마들은 육아에 고민을 이웃과 함께 나눔으로써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고, 자연스레 육아공동체를 형성해 나갔다.

 

현재도 나기 차일드 홈은 계속되고 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나기초 마을은 이곳의 운영비와 물품 등을 지원한다. 또 주민들이 주체가 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요일별로 운영하기도 한다. 여기에 전문 육아 상담원이 상주해 아이에 대한 고민도 상담할 수 있다.

 

매일 이곳을 이용한다는 미즈키 씨는 “첫째아이라서 모르는 것도 많고 아직은 서툰데, 이곳에서는 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하니 많은 도움이 된다”며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이 들어 항상 든든하다”고 웃었다.

 

유리코 씨도 “다른 지역에서 이사 와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차일드 홈에서 다른 엄마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라며 “같은 고민과 같은 걱정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육아 스트레스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 나기 차일드 홈의 확대 

나기초 마을의 나기 차일드 홈을 시작으로 일본 전역에 공동 육아를 지원하는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육아지원센터’. 

 

일본 정부는 ‘지역 육아 지원거점사업’에 의거해 고립된 육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친구를 만들고, 육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소인 육아지원센터를 전국에 설치했다. 

 

오카야마현의 현청이 있는 오카야마시에도 27곳의 육아지원센터가 있다. 오카야마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립육아지원센터가 3곳이고, 24곳은 위탁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상황에 따라 3~4일형, 5일형, 6~7일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문 보육교사가 2~3명 배정돼 있다. 

 

이중 공립육아지원센터인 ‘오카야마시 미나미가타 육아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시립 미나미가타 보육원 내에 위치한 육아지원센터에서는 4세 남아를 둔 하치코 씨가 상담을 받고 있었다. 

 

하치코 씨는 센터에 상주해 있는 전문 보육교사와 아이의 식습관을 개선 시키는 방법에 대해 상담하고 있었다. 

 

하치코 씨는 “아이가 단 것을 많이 좋아해서 걱정이다. 단 것을 줄이는 방법이 없을까 싶어 집에 가는 길에 들렸다”며 “보육원에 다니지 않아도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고 전문 보육교사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매일 하치코 씨와 같은 엄마들과 아이들로 붐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누구나 찾아와 보육교사와 상담하고, 또래 엄마들과 같이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또 전문강사들을 초빙해 육아강좌, 리듬체조, 노래교실, 종이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엄마들의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수영장, 놀이기구 등 보육원에 설치된 시설까지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월 900여 명의 주민이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17만2천564명이 이용했다는 사실이 엄마들에게 센터가 어떤 존재인지 증명한다. 

송시연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4.jpg
하나후사 히로아키 나기초 마을 양육지원 담당자

“양육 불안감… 육아공동체로 풀었죠”

-출산 정책이 추진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1990년대 지자체 합병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인구 6천명의 나기초 마을도 합병이 추진됐지만,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독립적인 마을로 남게됐다. 당시 정부에서 지원되던 예산도 1억4천만엔(14억2천만원) 가량 줄었다. 마을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더이상의 인구유출을 막고, 타 지역의 인구를 유입하는 길 뿐이었다. 그래서 양육가정지원을 시작하게 됐다.”

 

-실제 인구 유입이 됐나.

“마을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으로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외부에서 이전해 오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현재 마을에서 지원하고 있는 주택 17동 중 8동 이상에 외부에서 이전해 온 가정이 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양육가정지원에 대한 예산을 1.5%가량 늘렸다. 이것이 곧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기 차일드 홈에 대해서 소개해 달라.

“나기 차일드 홈은 마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일종의 육아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마을에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유치원 진학 전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이용하고 있다. 단순한 육아공동체가 아닌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저출산 정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안심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의 양육에 있어 언제든지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도시에 살다가 이곳에 이사온 엄마들은 ‘이곳에서는 마을과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 한다. 아이는 혼자서 키울 수 없다. 온 가족이, 마을이 함께 도와야 한다.” 

송시연기자

 

5.jpg
난바 요우꼬 오카야마시 미나미가타 육아지원센터장

“보육교사 상주… 엄마의 고립된 육아 해소”

-육아지원센터가 설립된 이유는 무엇인가.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여성이 낳는 아이 수가 줄어드는 것을 들 수 있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고립된 육아로 인한 부담과 불안으로 아이 낳는 것을 꺼린다.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의 기능 약화, 도시화로 인한 지역커뮤니티의 붕괴가 이 같은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육아지원센터는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육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엄마의 고립된 육아를 해소하고, 육아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센터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센터는 주민들의 자발적 이용으로 운영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정시간에 누구든지 자율적으로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주민들은 자유롭게 센터를 찾아 함께 고민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한다. 

센터에서는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또 전문 보육교사가 상주해 있어 육아에 대한 전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시는 운영에 대한 예산과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전문 강사를 지원해 준다.”

 

-실제 만족도는 어떠한가.

매월 900여명 이상의 주민이 이용한다. 수시로 센터에 들려 사소한 것까지 상담한다. 실제 대부분의 여성들이 육에대 대한 두려움을 버리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나 혼자 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생각에 든든하다고들 말한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육아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필요한 정책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고 가족친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송시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