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중국이 남미로 통하는 관문으로 불리는 포르투갈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같이 유럽 전역에서 신 실크로드로 인한 변화를 확인한 ‘유라시아열차탐사단’은 여정의 종착지인 포르투갈에서 경기도의 미래를 전망했다. 또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유럽의 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남미의 교두보 포르투갈… 중국의 ‘일대일로’ 새로운 길로 떠오르나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에 위치한 포르투갈은 지난 2010년 세계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자칫 국가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포르투갈은 이에 지난 2011년 구제금융을 신청, 유럽중앙은행과 IMF가 제시하는 구조조정과 긴축정책을 감내해야 하는 시기를 겪게 된다. 결국 4년이 지나서야 구제금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포르투갈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관심이 상당하다. 이 같은 관심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은 물론 유럽연합과의 협력 필요성 등을 밝히며 포르투갈에 공을 들였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도 지난 2014년 포르투갈을 방문해 양국 간 협력 강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이 포르투갈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 포르투갈이 유럽의 끝으로 불리는 남미 브라질로 향하는 관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유럽까지의 신 실크로드를 완성하기 위해 포르투갈은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가진, 놓칠 수 없는 나라인 것이다.
■ 유라시아열차탐사단,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경기도의 미래를 말하다’
“길을 떠난 자와 떠나지 못한 자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앞으로 경기도는 중국의 일대일로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기민하게 대처해 나가야합니다”
유라시아열차탐사단은 지난달 31일 오후 2시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32일간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달 3일 평택에서 출발해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긴 여정을 거친 탐사단은 신 실크로드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소회와 함께 현지 전문가들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경기도의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종식 본보 기획관리실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이 형성되는 만큼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최근 자국 내 경제구역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교통망을 연결하고 있다”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다양한 문화와 경제를 묶어내는 새로운 개발계획을 선이라는 길을 통해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라시아 대륙에 만들어지는 선과 공간에 경기도는 어떤 모습으로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인지가 과제”라며 “경기천년을 위한 유라시아 탐사의 출발은 중국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 단장은 “문명의 대전환기에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수많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유럽을 지나오면서 ‘일대일로’로 인한 변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는 급변하는 유라시아 대륙을 큰 시각을 갖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탐사단은 경기도가 새로운 공간에 진출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기획관리실장은 “새로운 진출을 위한 투자비의 확보는 물론 현지에서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면서 “경기도는 유라시아 진출의 기반이 돼야 하며, 선도적으로 현지 방문단,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교류의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르투갈에서 만난 한국 정부 한 관계자는 “포르투갈에서도 ‘일대일로’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서 “우리나라도 유라시아 대륙 전역을 하나로 잇는 길에 대한 이해와 함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 최첨단 기술보다 전통과 역사를… 유럽의 잘 보존된 역사(驛舍)
유라시아열차탐사단은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을 지나오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래전 만들어진 기차역이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철골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독일의 함부르크역은 역사(歷史) 그 자체였다. 유럽 곳곳에 마련된 철도 박물관도 과거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등 전통과 역사의 중요성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탐사단은 스페인 마드리드 철도 박물관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30분께 방문한 마드리드 철도 박물관은 지난 1967년 프랑스 건축가 알렉상드로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옛 델리시아스 기차역을 사용하고 있다. 스페인 철도의 역사를 보존하고 연구할 목적으로 세워진 이곳은 옛 철로 위에 과거에 운행되었던 각종 기관차가 진열돼 있다. 20여 개가 넘는 열차가 도열된 풍경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시대별 기관차 엔진은 물론 오래된 나무 재질로 구성된 객실까지 완벽하게 재현돼 있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지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유럽은 과거에 지어진 건물을 허물기보다는 보수하면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열차가 오가는 역사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유라시아열차탐사단은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고 이어가는 유럽을 보며 고층 빌딩이 즐비한 우리나라의 모습을 떠올리고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미래는 지나온 시간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시간을 소중히 간직한 포르투갈의 현재는, 역사 속 실크로드가 21세기 신 실크로드로 재현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우리나라의 위상과 역할을 되돌아보며 탄탄한 미래를 그려나가야 할 때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정민훈기자
사진=신춘호 / 유라시아 열차탐사단
후원: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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