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유정복 시장의 진정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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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은 외롭다. 아니, 고독한 승부사다. 요즘 유 시장을 두고 인천지역 정가에서 떠도는 말이다. 행정가로, 정치가로 30년 넘게 지내온 그의 이력을 보면 엇갈린 시선이 모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올 들어 벌써 6명에 달하는 인천시 산하기관의 수장들이 줄줄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일부 인사는 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굴복해 떠났다는 설도 있고, 일부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떠났다는 설도 있다. 물론 각종 의혹에 얽혀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난 인사도 있다.

 

최근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 정병일 사장이 사퇴했다. 정 사장은 “성적 부진과 관련해 모든 책임은 대표이사가 지는 것이 옳다”면서 사퇴 이유를 밝혔다. 정 사장이 최근 유 시장 곁을 떠난 유일한 인사라면 시민들은 불안하지 않겠지만, 올해 유 시장 곁을 떠난 인사들이 너무 많다. 유 시장 곁을 떠난 인사들은 한 조직의 수장으로 임명될 당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인사도 있었다. 또 한 조직의 수장으로 앉기에는 전문 분야가 다른 인사가 수장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유 시장 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유 시장 곁을 떠난 인사들의 마지막 인사말도 각양각색이다. 한 인사는 “임기를 다 채우고 떠나면 신임 수장 선발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며 사퇴 명분을 내놨다. 또 다른 인사는 “(조직의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돼 이제 쉬고 싶다”고도 했다. 대단위 사업계획에서 시 집행부와 생긴 마찰로 피로감이 쌓여 그만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 인사도 있었다. 그래도 이들은 한때 유 시장이 낙점한 요직의 인사들이었다. 이러한 인사들이 유 시장 곁을 줄줄이 떠나자 유 시장은 고독하다는 말이 나오게 됐다. 

그러나 유 시장은 회전문식 인사라는 일부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번 믿는 사람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고집스러운 인사를 강행했다. 어떠한 비난이라도 감수하고 내 사람은 내가 챙긴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를 두고는 냉정한 승부사 기질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내년도 지방선거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유 시장은 한 조직의 수장이 떠나자마자 곧바로 새로운 수장을 앉히는 반면, 다른 조직은 공석으로 남아있는지 수개월이 됐는데도 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는 것도 선거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흔히 정치권에서는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쳐 3번의 국회의원과 2번의 장관을 지낸 유 시장의 이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단 한 번도 선거에서 지지 않은 저력이 놀랍다. 그러나 이러한 괴력의 유 시장도 최근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내년도 지방선거를 10개월 남짓 남겨놓은 상태에서 말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 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경력이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천시를 비롯해 공석으로 남아있는 산하 기관의 수장 발탁과 인사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모든 현상을 정치적으로 풀려고 할 수도 있다. 어떤 인사가 자신의 득표에 유리할 것인가를 놓고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는 봉사다. 한 조직의 수장은 시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이번 빈자리의 수장에는 시민을 위해 진정 봉사할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하기를 기대한다. 정치적 색깔 없이 말이다.

 

이영수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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