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성실성으로 열악한 학업조건 극복
해피스쿨서 장애인식개선 강연 등 활약
발달장애를 앓으며 열악한 학업 조건을 극복하고 일반 학생과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으며 결국 학사모를 쓰게 된 김다빈씨(삼육대학교 음악학과ㆍ24).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삼육대학교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당당하게 졸업장을 받았다.
태어날 때부터 자폐성 장애 3급 진단을 받은 김씨는 6살 때 어린이집에서 피아노를 배우며 처음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또래와 어울리지 못했지만, 피아노를 칠 때만큼은 유독 눈이 반짝였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첼로로 악기를 변경했다.
김씨는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지만, 콩쿠르에 나가 여러 차례 입상할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하자 자연스럽게 음대 진학에도 욕심을 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하루 7~8시간씩 첼로 연습에 몰두했고, 그 결과 2012년 당시 경쟁률이 4:1이 넘었던 삼육대학교 음악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것도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이룬 성과였다.
하지만 김씨는 이내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쉽지 않은 학업 과정 때문이다. 발달장애 특성상 사회성이 부족하고, 이해력이 떨어져 기본적으로 교수의 강의 내용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김씨는 “강의 자료를 무조건 읽고, 또 읽고 외우는 방법으로 공부하며 시험을 치렀다. 답답하고 힘든 과정이었다”며 “몇몇 교양과목은 중도에 포기한 적도 있었지만, 노력 끝에 좋은 점수를 얻었고 매 학기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성실함을 무기로 장애를 극복했지만, 무엇보다 삼육대학교의 장애학생지원센터가 학교생활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학교에서 장애인의 학교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도우미 제도가 있었는데, 저에게 배정된 수업 도우미로부터 강의 내용, 과제물 제출 등을 체크해주며 수업 중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보완해주며 진도를 따라가는데 도움을 줬다”며 “기타 필요한 것들도 센터 담당자에게 요청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든든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현재 김씨는 하트하트재단이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수석을 맡은 한편, ‘해피스쿨’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해피스쿨은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초ㆍ중ㆍ고교를 찾아 비장애인 학생에게 강연과 연주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졸업 후에도 강사와 첼리스트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김씨. 그는 장애예술인으로서 전공을 살려 활동을 할 길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는 게 꿈이다.
김씨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도전으로 저같이 장애를 가진 후배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싶다”며 “음악은 나의 삶을 행복하게 해 주는 내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다. 졸업 후 아름다운 연주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는 첼로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남양주=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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