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건 용인 양조장 ‘술샘’ 대표 “전통주, 와인보다 귀한 대접받게 할 것”

증류식 소주 ‘미르’ 명품화 견인 떠먹는 막걸리 등 개발 인기
“술 문화공간 조성 매력 알려요”

▲ 신인건대표 (1)
“우리 고유의 전통주가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외국 술보다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겠습니다.”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모던한 건물 외형과 달리, 옛날 방식으로 직접 전통주를 만들고 연구하는 양조장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진한 누룩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양지리에 있는 전통주 양조장 ‘술샘’이다. 이곳의 대표는 신인건씨(54).

 

술샘은 전통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부터 출발했다. 약 10여 년 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가양주연구소에서 술 빚는 법을 배우며 지도자과정까지 마친 신 대표는 이곳에서 만난 5명의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전통주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이에 2012년 신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이들 6명은 양지면 한 주차장 옆 조그만 창고에 양조장을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술을 만들기 전에 ‘스터디 그룹’의 개념으로 연구에 주력하던 이들은 우연한 계기로 전북 완주의 한지마을에 소주 2천 병을 납품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당장 술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발효를 거쳐 증류해야만 술을 만들 수 있는데 한겨울인 탓에 발효가 잘 될지를 장담할 수 없었던 것. 더욱이 전통주 제조 면허도 발급받지 못했고 증류기까지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 납품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증류기 구매를 시작으로 전 직원이 각각 파트를 나눠 동분서주했고, 결국 3개월 만에 기적처럼 소주를 만들 수 있었다. 납품 기한을 하루 앞두고 면허도 발급받아 무사히 납품까지 마쳤다. 이때 만들어진 술이 술샘의 주력상품인 증류식 소주 ‘미르’다.

 

이 일로 신 대표는 자신감이 생겼다. 농업정책자금 지원을 통해 신규 설비를 갖추고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서 다른 전통주 개발에도 매진했다. 2015년에는 지금의 자리에 신사옥까지 준공했다. 이후 술샘은 떠먹는 막걸리인 ‘이화주’와 붉은 쌀로 만든 홍국 막걸리 ‘붉은 원숭이’, ‘술취한 원숭이’ 등의 전통주를 차례로 개발,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이를 전국에 유통 중이다. 

다음 달에는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차례주도 새롭게 런칭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신 대표는 사람들에게 전통주를 알리고 보급하기 위해 사옥 내에 언제든 술을 시음할 수 있는 시음장과 체험장까지 갖췄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에도 선정됐다.

 

신 대표는 “단순히 전통주를 제조하고 유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연구하고 언제든 전통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술샘을 종합적인 술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전통주 보급을 위한 여러 가지 실험과 시도를 계속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용인=강한수ㆍ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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