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독립유공자’를 꺼내다] 2. 일방통행식 인증시스템

두루뭉술한 요건·엄격한 심사… 유공자 인증 ‘하늘의 별따기’

일제 강점기 목숨을 건 독립운동을 펼치고도 아직까지 독립유공 인정조차 받지 못한 인물 대부분이 지나치게 엄격한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 심사 절차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두루뭉술하게 명시한 독립유공 대상요건과 세부 내용을 알 수 없는 심사 기준이 독립운동가는 물론 그 후손들까지 두 번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인증은 총 2심으로 진행되며, 독립운동사 전문가들이 모여 협의 후 상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1심에서는 분과별로 활동 내용에 따라 전공학자가, 2심에서는 독립운동사 전공학자 및 근현대사 학자가 평가를 진행한다.

 

독립유공 대상요건은 ‘일제의 국권침탈(1895년) 전후로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항거하거나 그 항거로 인해 순국해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인물’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심의 대상 및 방법 또한 두루뭉술하다. ‘서훈 여부 결정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의견을 반영해 심사한다’고 모호하게 적시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구체적인 심사 기준에 대해서는 ‘대외비’라는 이유로 외부에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독립운동 활동 기간이 6개월이 넘어야 한다거나, 독립운동으로 붙잡혀 투옥됐던 경우 수감기간이 3개월을 넘어야 한다는 등 기간에 대한 기준을 내부적으로 세워 놓고 심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심사에서 탈락한 인물들에 대해 유족에게도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산 동래 출신으로 근우회와 동래청년동맹 등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박문희 선생은 ‘상훈 법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훈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에 박문희 선생의 후손들은 “어떤 기준에서 상훈 법규에 맞지 않는지 문의했지만 ‘일일이 자세한 내용을 설명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이해 있으시기 바란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북 상주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송인수 선생의 후손들도 ‘공적내용이 포상기준에 미달한다’는 심사 결과를 받고, 보완 자료를 제출하고자 국가보훈처 측에 미달 요인을 문의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수감 기간이나 독립활동 기간 등이 원론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맞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면서 “친일 행적 등 서훈 이후 취소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신중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규태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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