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쿠바 미사일 위기와 투키디데스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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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지는 4월16일 David Sanger와 William Broad가 공동으로 작성한 ‘북한 핵 문제는 천천히 진행되는 쿠바 미사일 위기(A Cuban Missile Crisis in Slow motion in North Korea)’라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또한 최근 8월 미국과 북한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 관련해서 레온 파네타 전 CIA 국장은 CNN 방송에서 “현재가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연 1962년 쿠바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 교훈은 무엇인지? 1962년 10월로 역사의 시계를 돌려보자.

 

1962년 10월16일 아침 맥조지 번디 국가안보보좌관은 케네디 대통령을 깨운다. 2일 전 미국 첩보 항공기인 U-2기가 촬영한 쿠바 산크리스발 지역 등의 사진을 통해 소련이 쿠바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거리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핵전력을 반입하고,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련과 쿠바에 경고, 미사일 기지 폭격, 쿠바 침공 등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10월22일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해역에 대한 해상 검역(양국이 전쟁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 해상 봉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실제로는 해상 봉쇄에 해당)과 쿠바 내에 이미 반입된 공격용 무기와 미사일 발사대 등의 제거를 요구한다. 양국 간에 첨예한 대립으로 전 세계를 핵전쟁의 벼랑까지 몰아갔던 위기는 10월28일 소련의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평화적으로 종결된다. 그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은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을 했던 영화 ‘Thirteen Days’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우리가 쿠바 미사일 위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교훈은 상대국의 진정한 의도를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소련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양국 간에 직통 전화(Hot-Line)를 설치한다. 다른 교훈은 위기 시에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는데 이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조율하는 리더 역할의 중요성이다. 그 당시 쿠바 미사일 기지에 대한 정밀 타격(surgical strike) 의견이 마지막 순간까지 심도있게 검토됐는데 리더의 균형적인 역할이 당시 상황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했다.

 

또 다른 교훈은 쿠바 미사일 위기 진행과정 중 미국의 실무부서는 사전에 계획되어 있던 U-2기의 소련 상공 정찰, 미국 탄도미사일의 실험 발사 등과 같은 조치를 통상적으로 진행했는데 이들은 미국 지도부가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우발적인 사고로 소련의 오해가 있었다면 핵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었다. 위기 시에는 통상적인 세부 사항에 대한 통제도 중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과 소련의 지도자들이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에 빠지지 않고 각자 이성적인 판단을 했다. 쿠바 내 미사일 배치로 인해 미국은 자신의 턱밑에 위협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미사일 기지에 대한 공습과 전면 공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양국의 지도자들이 이성적으로 이를 자제한 것이 핵전쟁으로 확대를 막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김상일 道 국제관계대사·前 주시카고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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