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두 번째로 지난 9월18일부터 4박5일간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을 들여다보면 유엔총회 연설, 유엔사무총장 면담,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과 같은 전통적 외교·활동과 함께 다양한 공공외교 활동으로 짜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공외교 활동으로는 미국의 대표적 연구소인 어틀랜틱 카운슬이 매년 세계지도자들에게 수여하는 세계시민상 수상, 언론인과 체육인을 대상으로 한 평창올림픽 홍보, 경제인과 금융인 대상 투자설명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계시민상 수상식에서 라가르드 IMF 총재는 대학생 시절 민주화 시위로 구속된 적도 있으며 그 후에는 인권변호사로 살아온 문 대통령이야말로 글로벌 시민의 전형이라고 소개하였다. 대통령은 수상 소감에서 4·19 이래 한국의 험난하였던 민주화 역정을 소개하고,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안고 태어난 정부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신하여 수상하는 것임을 천명하였다. 평창올림픽 메달 공개를 곁들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개최된 홍보행사에서 대통령은 올림픽 준비상황을 설명하고, IOC와 함께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여 올림픽을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였다.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 Korea Foundation)의 활동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우리나라가 공공외교에 활용하여야 할 남다른 자산을 가지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첫 번째는 성공적인 경제정책과 이를 뒷받침한 국민적 역량으로 단기간에 달성한 경제성장의 역사다.
우리의 개발경험은 이미 수많은 개도국에 다양한 형태로 전파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KF가 지원하는 외국대학의 한국학 강좌에서 한국의 경제발전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 한국학이 문학, 역사, 철학, 문화 등 인문학에 치중해온 추세임에 비추어 의미 있는 변화다. 두 번째는 부패한 권력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민주화를 성취한 국민적 역량이다. 현대 세계사에서 한국과 같은 경제성장을 달성한 나라가 없지 않으나, 경제성장과 동시에 정치적사회적 민주화를 달성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점은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남달리 존경받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서 앞으로 좀 더 부각해야 할 소중한 공공외교 자산이다. 세 번째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민족의 자산이다. 갈수록 학습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한국어는 의사소통 도구뿐 아니라 문화유산으로서 한글의 가치를 전파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공공외교 자산으로서 문화유산은 대중문화의 위력으로도 나타나고 있어서, KF가 매년 조사하는 세계 한류동호회 현황은 한류에 대한 범세계적 수요의 지속적 증가세를 보여준다.
이번 뉴욕방문 활동에서 문 대통령은 최고위 외교관으로서 결과적으로 이 세 가지 자산을 활용하여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공외교 활동을 수행한 셈이다. 월가 큰손 대상 투자설명회, 본인과 전체 국민의 민주화 업적을 평가받은 세계시민상 수상, 문화민족으로서 올림픽을 통한 평화라는 메시지 전파가 바로 그것이다.
이시형 국제교류재단 이사장·前 주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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