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도박꾼은 손을 못쓰게 해도 발가락으로 도박한다’, ‘노름에 미친놈은 죽어야 고친다’ 라는 말이 있다. 도박에 빠진 사람은 누가 아무리 도박을 못하게 해도 다시 도박을 하고, 결국 죽어야만 멈출 수 있을 정도로 고치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박병, 아니 도박중독은 정말로 못 고친다고 믿는다.
과연 도박중독은 고칠 수 없는가?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도박중독이 병인지도 몰랐고, 치료전문가도 없었고, 치료전문기관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도박자에게 의지력으로 끊으라고 강요하고, 끊지 못하면 의지력이 부족하다느니, 부도덕하다느니 하면서 모든 것을 도박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도박중독은 병이다. 세상에 치료받지 않고, 의지로만 끊을 수 있는 병이 어디에 있으며, 혼자서 이겨낼 수 있는 병이 얼마나 있는가? 물론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도박중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도박만 안하면 도박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도박중독은 치료과정이 매우 복잡한 질병이다. 도박만 안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도박의 결과로 발생한 여러 가지 병리적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도박자 혼자 감당하고 해결할 수는 없다. 이를 함께 해줄 수 있는 치료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가족들의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예전에는 이런 병리적 환경에 대한 이해와 변화의 노력 없이, 도박자의 의지만을 강조했기 때문에 도박병은 고칠 수 없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11개 도박중독치료전문기관이 운영되고 있고 치료전문가들도 계속 양성되고 있다. 이미 많은 도박자와 가족들이 이들 기관을 통해 도박중독으로부터 회복하고 있다.
독자들께서도 더 이상 ‘도박병은 죽어야 고친다’는 과거의 낭설에 현혹되지 말고, 도박중독은 반드시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김경훈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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