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꼴찌에게 더 큰 박수를

▲ 이원성
▲ 이원성
전국 17개 시ㆍ도 2만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국내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제98회 전국체육대회’가 10월20일부터 7일간의 일정으로 충청북도에서 열리고 있다. 45개 종목에 걸쳐 개인과 소속팀, 고장의 명예를 짊어지고 경쟁을 벌이는 전국체육대회는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이 세계 ‘톱10’의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으며, 어느덧 10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유서 깊은 대회다. 국가를 대표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대부분이 이 대회를 통해 환희와 좌절을 맛보면서 성장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을 통해 순위를 가리고 발전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특성상 전국체육대회도 각 종목마다 승자와 패자, 1위와 꼴찌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개인간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든, 팀을 이뤄 기량을 겨루고 승부를 가리는 구기 및 단체종목이든 간에 그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필자가 맡고 있는 역도 종목의 경우에도 출전 선수 모두가 저마다 사력을 다해 바벨을 들어올리지만, 그중에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신기록을 세우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세 차례의 시기를 모두 실패해 실격을 당하는 선수도 있다. 타 종목 역시 승자와 패자가 반드시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패자보다는 승자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많은 박수 갈채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패자가 없는 승자는 존재할 수 없고, 꼴찌가 없는 나홀로 1등은 있을 수 없는 것이 스포츠다. 서로 경쟁하면서 승패가 갈리고 순위가 가려지는 것은 필연적인 법칙이다. 그러나 ‘승리 지상주의’에 만연된 우리는 패자는 마치 무슨 큰 죄악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홀대를 받는가 하면, 선수 본인도 자책을 하고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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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운동 선수에게 있어서 패배자와 꼴찌는 그를 더 강하게 만들고, 도약을 위한 자극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승자와 우승자보다는 패자와 꼴찌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영원히 꼴찌(패배자)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우승자에 대한 축하의 박수 못지않게 꼴찌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면 용기와 힘을 얻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원성 

대한역도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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