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골 H빔 해체작업 도중 갑자기 무너져 흙더미 미처 피하지 못해 매몰 1명 숨져
현장사무소 동원인원 미기록 구조도 혼선 경찰, 사고경위·안전조치 위반 등 조사
23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양지 SLC 물류센터 건설현장에서 20여m 높이의 축대벽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L씨(50)가 숨지고 B씨(52) 등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L씨와 B씨 등은 물류센터 공사현장 옹벽 아래에서 가설물 해체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덮쳐온 흙더미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매몰됐다. 매몰된 B씨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곧바로 구조됐으나, L씨는 사고 4시간 30분 만인 이날 오후 3시께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허리 등에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현장 근처에 있던 8명의 근로자가 파편에 맞아 가벼운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근로자 대부분은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자리를 비운 탓에 대형 인명 사고를 모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작업자들은 흙막이 작업에 앞서 토사를 지지하고 있던 철골 H빔을 해체하고 있었다. 당시 무너진 옹벽과 토사를 지지하던 H빔 사이 공간에 흙을 채우는 흙막이 작업이 예정돼 있어, H빔은 이 작업과 함께 해체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체 도중 갑자기 옹벽이 붕괴됐다. H빔 해체 작업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현장에 있던 한 근로자는 “갑자기 지하 1층 공사현장 부근에서 큰 소리가 들려 달려왔는데 흙더미와 함께 옹벽이 무너져 있었다”며 “L씨가 흙에 파묻히는 장면은 목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흙막이 작업을 위해 옹벽 위에 둔 굴착기 1대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지만, 굴착기 기사도 건강검진을 위해 현장을 비워 다행히 사고를 피했다.
소방 당국은 구급차 등 장비 10여 대와 구조대원 등 50여 명을 동원해 구조에 나서 4시간 반 만에 L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L씨의 시신이 파묻힌 장소는 현장에 투입된 구조견에 의해 발견됐다.
이 과정에서 현장사무소 측이 작업에 동원된 총 인원을 미리 기록해놓지 않은 탓에 매몰 인원이 파악되지 않아 구조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장사무소 측은 팀별 작업 인원을 취합해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서야 정확한 매몰 인원을 확인했다.
경찰은 현장사무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안전조치 미비 등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관련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한편, 이 물류센터는 부지 7만5천여㎡에 지상 3층, 지하 2층 등의 규모(연면적 11만5천85㎡)로 내년 2월 완공 예정이다.
용인=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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