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신고리 5·6호기 공론위 결정을 보며

이상명.jpg
10월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총 471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종합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안을 제출하였다. 원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공사 재개 권고는, 하루빨리 탈핵을 통한 안전사회로 나아갈 것을 희망해온 내 입장에서는 실망이 컸다.

 

정부는 시민참여단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할 경우 원전의 안전기준 강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한 투자확대, 사용 후 핵연료 해결방안을 가급적 빨리 마련, 원전비리 척결 및 관리에 대한 투명성 강화 등의 요청을 적극 반영하기를 요청한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펼치라는 요구에 부응해, ‘탈핵 에너지 전환’이라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재개를 선택한 사람들은 신고리에서는 원전사고가 발생해도 대량의 방사능 누출을 막을 수 있고, LNG보다는 원전이 경제적이며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원전 찬성쪽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3개월간의 짧은 기간이라는 한계로 이 결정이 미래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지 못한 채, 현재 당면한 에너지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과 시각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생각도 든다.

 

중단된 신고리 5·6호기 원전의 공사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의 의견을 통해 정책결정에 반영하려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결정과 이후 과정을 지켜보며, 원전 찬반 입장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크게 발전시켜갈 것으로 생각된다. 

▲
앞으로 정부정책 결정과정에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시민참여형 거버넌스가 제도화되고 실행되어, 충분한 기간이 제공되고 의사소통과 토론을 통해 이견을 좁혀가 합의에 이르는 숙의민주주의가 정착되면 좋겠다.

 

그리고 ‘화석연료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공급중심에서 수요관리의 에너지 정책’으로, 안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사회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광역 및 기초 지자체 단위에 ‘탈핵 에너지 전환 민관실행체계’를 마련하면 좋겠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지난 3개월 동안 지역에너지계획 연구와 토론회, 캠페인, 에너지 협동조합 추진 등을 논의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및 지역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민과 관의 실행체계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하였다.

각 지역의 에너지 생산에 소요되는 연료와 원가 등 비용, 지역별, 부문별 에너지 소비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 자립에 대한 정부와 도, 각 지자체의 목표 수립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 배분, 민관이 정례적으로 실행방안을 토의하고 협력하는 체계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이상명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