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담보대출 2건 이상 보유한 경우엔 원리금 계산 때 기존 원금 상환분도 반영
빚내 집 산 다주택자 추가대출 사실상 차단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전망 속 침체 우려도
새로운 DTI는 기존 DTI와 달리 원리금을 계산할 때 기존 주택 대출의 원금 상환분까지 포함해 산정된다. 이 때문에 빚을 내 집을 산 다주택자의 대출 한도가 현재보다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나 청년층들의 경우 내집 마련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 1400조에 달한 가계 빚 현주소
이번 대책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는 1천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서 비롯됐다. 이를 억제하지 않고서는 총체적 경제난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글로벌 추세에 맞춰 금리 인상에 대한 입박도 크게 작용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1천400조 원 중 절반 정도가 상환이 불투명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게다가 이중 100조원은 이미 부실화돼 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계빚 94조원을 보유한 32만가구는 소득·자산 기준 상환능력이 부족해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천89만8천 가구가 보유한 가계부채 1천343조원 중 상환능력이 충분한 것은 746만가구(68.4%)가 보유한 724조원(53.9%)에 불과했다. 1천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 절반가량이 해당 부채를 보유한 가구가 빚을 상환하는데 소득·자산이 모두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미 부실화해 상환능력이 불가능한 부채도 100조원에 달했다. 전체 가계부채의 39%인 525조원을 보유한 313만 가구(29%)는 자산은 적지만 소득은 충분하거나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충분해 상환능력이 그나마 양호한 것으로 분류됐다.
■ 다주택자 추가대출 사실상 차단
이날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DTI 규정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2건 이상 보유한 경우 원리금을 계산할 때 기존 주택 대출의 원금 상환분까지 반영해야 한다. 기존에는 DTI 계산 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봤다.
내년 하반기엔 신(新) DTI보다 더 강력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도입된다. DSR은 신용 대출까지 포함해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따지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 부동산 컨설턴트는 “그동안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여러 채 산 뒤에 가격이 오르면 파는 수요가 집값을 끌어올렸다”며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 다주택자들의 부채 상환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근로소득이 없고 부채가 많은 중장년층 다주택자들이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자본여력이 없는데 분양권 시장에 뛰어든 수요들도 신규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 부동산 시장 거래 위축 불가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이미 6·19 부동산 대책과 8·2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LTV·DTI 등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된 가운데 이번 신 DTI와 DSR 도입으로 내년 이후 은행에서 빚을 내 부동산을 구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5%대까지 오른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중이고, 내년 4월부터는 양도소득세 중과 등 추가 규제도 시행될 예정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은 “정부가 발표한 각종 규제들이 곧 상승효과를 낼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까지 언급되는 지금 상황을 보면 부동산 시장이 다소 주춤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으로 무주택자나 청년층 등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택 실수요자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고는 우려도 높다.
권혁준ㆍ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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