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新 DTI’ 시행] 가계부채 관리로 포장했지만… 다주택자 투기 근절 ‘정조준’

주택 담보대출 2건 이상 보유한 경우엔 원리금 계산 때 기존 원금 상환분도 반영
빚내 집 산 다주택자 추가대출 사실상 차단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전망 속 침체 우려도

정부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정부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부채 관리로 포장됐지만, 다주택자를 옥죄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한도를 현재보다 줄이는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도입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새로운 DTI는 기존 DTI와 달리 원리금을 계산할 때 기존 주택 대출의 원금 상환분까지 포함해 산정된다. 이 때문에 빚을 내 집을 산 다주택자의 대출 한도가 현재보다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주택자나 청년층들의 경우 내집 마련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 1400조에 달한 가계 빚 현주소

이번 대책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는 1천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서 비롯됐다. 이를 억제하지 않고서는 총체적 경제난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글로벌 추세에 맞춰 금리 인상에 대한 입박도 크게 작용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1천400조 원 중 절반 정도가 상환이 불투명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게다가 이중 100조원은 이미 부실화돼 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계빚 94조원을 보유한 32만가구는 소득·자산 기준 상환능력이 부족해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천89만8천 가구가 보유한 가계부채 1천343조원 중 상환능력이 충분한 것은 746만가구(68.4%)가 보유한 724조원(53.9%)에 불과했다. 1천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 절반가량이 해당 부채를 보유한 가구가 빚을 상환하는데 소득·자산이 모두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미 부실화해 상환능력이 불가능한 부채도 100조원에 달했다. 전체 가계부채의 39%인 525조원을 보유한 313만 가구(29%)는 자산은 적지만 소득은 충분하거나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충분해 상환능력이 그나마 양호한 것으로 분류됐다.

■ 다주택자 추가대출 사실상 차단

이날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DTI 규정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2건 이상 보유한 경우 원리금을 계산할 때 기존 주택 대출의 원금 상환분까지 반영해야 한다. 기존에는 DTI 계산 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봤다. 

내년 하반기엔 신(新) DTI보다 더 강력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도입된다. DSR은 신용 대출까지 포함해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따지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드는 효과를 낸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 부동산 컨설턴트는 “그동안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여러 채 산 뒤에 가격이 오르면 파는 수요가 집값을 끌어올렸다”며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 다주택자들의 부채 상환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근로소득이 없고 부채가 많은 중장년층 다주택자들이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자본여력이 없는데 분양권 시장에 뛰어든 수요들도 신규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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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시장 거래 위축 불가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이미 6·19 부동산 대책과 8·2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LTV·DTI 등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된 가운데 이번 신 DTI와 DSR 도입으로 내년 이후 은행에서 빚을 내 부동산을 구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5%대까지 오른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중이고, 내년 4월부터는 양도소득세 중과 등 추가 규제도 시행될 예정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센터장은 “정부가 발표한 각종 규제들이 곧 상승효과를 낼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까지 언급되는 지금 상황을 보면 부동산 시장이 다소 주춤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으로 무주택자나 청년층 등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택 실수요자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고는 우려도 높다.

권혁준ㆍ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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