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 “제안사업 정책반영 뿌듯”… 공감시정 ‘소통의 장’
최우선 과제로 ‘20~60대 시민 맞춤형 일자리 만들기’ 꼽아
유 시장 “애인정책 차질없이 추진 할 것” 시민 중심 시정 약속
지난 3년간 시가 피땀어린 재정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300만 시민 역시 모진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제 시는 재정정상단체에 진입했다. 이를 기다린 시민도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정책적 의견을 시에 내놓을 자격이 생겼다. 편집자주
“인천시의 재정 상태가 좋아졌다고 하니, 레이싱 드론을 띄울 수 있는 드론 비행장을 인천로봇랜드에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최근 인천로봇랜드에 입주한 ㈔한국드론레이싱협회 소속 드론레이싱 선수 김민찬군(16)은 2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진행된 ‘제5회 애인(愛仁)토론회’에 시민 토론자로 참석해 인천시가 드론 비행장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는 속마음을 맘껏 털어놨다. 드론레이싱 세계 랭킹 1위인 김군에게 레이싱 드론을 띄울 수 있는 공간 마련은 매우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김군은 “시가 드론 산업의 메카로 급부상 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에 걸맞은 드론 비행장 등의 시설 마련이 가장 필요한 시기다”고 말했다.
남구 주안동에서 이날 토론회를 찾아온 정관우씨(69)는 원도심 재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재개발을 통해 주안동에 아파트가 좀 들어서야 노인정 같은 어르신을 위한 시설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정씨는 “주안동은 1970년대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동네가 낙후했다”며 “시가 이러한 원도심을 얼른 재개발해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 주민 최옥순씨(58·여)는 이날 토론회에서 아들의 경험을 토대로 청년의 일자리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는 주장을 펼쳤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인천의 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최씨의 아들이 매달 버는 돈은 130만원에 불과하다.
최씨는 “아들에게 그 돈을 벌려고 4년제 대학을 나왔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며 “청년을 위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이러한 부분에 시가 앞장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의 생각 이외에도 시민들은 연안부두 진입로 도로망 개선, 고등교육 및 직업교육 지원 확대, 버스노선 신설, 녹지공간 조성 등 다양한 정책적 의견을 이날 토론회에서 내놨다.
이번 토론회는 시의 재정정상화의 성과를 시민에게 돌려주고자 마련됐다.
시는 최근 수년 동안 재정위기 단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형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2015년 1분기 채무비율이 39.9% 수준까지 올랐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채무비율이 30.4%로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한 재정위기 ‘주의’ 단체로 남기도 했다. 그야말로 위기에 몰린 시는 지난 2015년부터 ‘재정 건전화 3개년 계획’을 시행했다. 이후 보통교부세와 국비 지원금 확보 등을 통해 시는 민선 6기 출범 이후 2년6개월 동안 8천956억원의 빚을 갚았다.
그동안 시의 채무비율은 39.9%에서 지난달 기준 22.9%로 줄어 부채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사실상 재정정상단체에 진입했다. 이를 계기로 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을 직접 듣고 수렴해 시민 행복 체감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시민들은 시가 재정정상화 성과를 돌려주고자 마련된 토론회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맘 편히 발표했다. 공감하는 정책이 나오면 서로 손뼉을 치며 환호하고, 반대되는 의견에는 격론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어느 누구 하나 토론회 분위기를 답답해하거나 지겨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시민 모두 자신들의 의견이 시가 앞으로 추진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토론에 참여하며 자리를 빛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1천49명의 시민은 2시간가량의 토론을 통해 시가 앞으로 펼쳐야 할 최우선 과제로 ‘20~60대 시민 맞춤형 일자리 만들기’를 선택했다. 이어 ‘원도심-신도시 모두 잘사는 인천 만들기’,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맞춤형 인재교육’, ‘증가하는 복지수요 대응’, ‘세계적 수변문화도시 조성’, ‘총체적인 도로정체 해소 대응’, ‘생활공간 공해 문제 해결’, ‘소상공인 지원 강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순으로 시급한 정책 과제를 꼽았다.
또 시민들은 ‘2030세대 제때 사회 진출하기 좋은 환경 구축’, ‘공교육 혁신 및 청소년 환경개선’, ‘60대 이후 최소한 삶의 질 보장할 일자리’ 순으로 필요한 일자리 세부 정책을 선택했고, 도시균형 발전이 시급한 분야로는 ‘지역경제’, ‘교육환경’, ‘골목환경’이라고 답했다. 연령대별 가장 시급한 투자 분야로는 ‘아동 및 청소년(8~19세)’이 정해졌다.
유정복 시장은 “이제 누가 인천을 부채도시라고 하면, 당당하게 재정정상단체라고 말하길 바란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은 시 정책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 시장은 “이 자리에 함께한 시민들이 일자리 정책과 원도심 재개발을 시급한 정책 과제로 꼽았는데,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입하는 원도심 활성화 정책 등의 애인정책을 이미 내놓았다”며 “오늘보다 내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시민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일방적인 관 주도 행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시민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일조해 보고자 2014년 처음 시도했던 애인토론회가 5회를 거치면서 이제 명실상부한 인천만의 토론브랜드로 정착돼 시정 직접참여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긍지를 갖는 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애인토론회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시정 전반에 녹여내 시민이 함께 만드는 인천주권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시를 비롯해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인천YMCA가 공동주최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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