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軍사격장 갈등해결 사업 대폭 축소

신청한 사업 중 3개만 반영… 사업비도 2.2% 불과
범대위 “정부가 주민 고통 외면, 사격훈련 중지하라”

포천시가 산재한 군부대 사격장으로 인한 갈등 해결을 위해 정부에 신청한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주민 고통을 외면한 정부와 시의 안일한 대처가 빚어낸 결과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사격훈련 중지와 사격장 폐쇄 등을 요구하며 강경투쟁 모드로 돌아서고 있어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사격장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9일 경기도와 포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행정안전부가 확정한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에 반영된 포천 군부대 사격장 관련 사업은 미8군 종합사격장인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사격장) 전차 진·출입로 우회도로 개설, 민·군 상생협력센터 건립, 사격장 주변지역 아동복합커뮤니티센터 등 3건으로 사업비는 시가 신청한 사업비의 2.2%에 불과한 130억 원으로 나타났다.

 

애초 시는 도를 거쳐 행안부에 군부대 사격장 갈등 해결 동력사업으로 모두 8개 사업(사업비 5천770억 원)을 신규 사업으로 신청했다. 8개 사업은 반영된 3개 사업 이외에 영평사격장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1천억 원을 들여 사격장 반경 3㎞ 이내 3천 341가구를 이주시키는 사업, 사격장 소음 등의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4천500억 원을 들여 영중·창수면 일대 16만 5천㎡에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 영평사격장 인근 학교의 학습권 구축, 운천비행장 내 안보박물관 건립, 사격장 주변 피해조사 등이다.

 

이길연 범대위원장은 “최소한 직접 피해를 당하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라도 결정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사격훈련 중지를 요청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자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산에 오르고 있다. 사격을 강행하면 매일 산에 오를 것이다. 이후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원석 시의원은 “그동안 시가 사격장에 대해 대처하는 것을 보면 모르는 건지 안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 미흡했다. 김종천 시장도 정부에 건의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등 대처에 한심함을 보여 결과적으로 또 정부의 입바른 소리에 속은 것이다. 주민들만 도비탄의 공포와 사격 소음에 내모는 무능함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간부는 “정부를 상대로 하는 일이 건의로 되는 일이 있느냐, 김 시장의 리더십 부재와 주민의 고통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간부 공무원들의 안일한 대처가 빚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포천은 미군 사격장은 영평사격장 등 4개(면적 13.87㎢), 아시아 최대 승진훈련장를 포함한 한국군 사격장 5개(36.67㎢) 등 관내 9개 사격장 면적이 여의도 면적(8.4㎢)의 6배인 50.54㎢에 이른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사격 소음은 물론, 잦은 도비탄(총알이나 포탄이 딱딱한 물체와 충돌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 사고, 교통사고 우려, 지역 이미지 훼손,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직·간접 피해를 겪으며 군부대와 60여 년 동안 갈등을 빚고 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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