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난 겨울 촛불과 탄핵 결정 과정 전체가 가장 성공적인 공론화 과정이었지 않은가? 그 과정을 거쳐 온 우리가 다른 사회 문제를 어떻게 결정해나갈지, 또 다른 방식을 시도했다고 자평하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다.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 청년실업 등 다양한 도전과제들에 대해 일반인들이 매일 광화문에 나가 의사 표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맞는 의사결정 과정, 그 고민이 시작되는 지금, 이번 시도가 다른 사회문제에 대한 만능 수단이 되기 전에 꼭 짚고 가야 할 것들을 되짚어보자.
우선 이번 실험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그 과정 자체가 공론화라기에는 패쇄적이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의견개진 채널과 상호 의견 교환이 가능한 현실과는 완전 분리되어 선택된 400여명의 시민들만의 숙의 과정이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사회적 갈등은 그로 인한 혜택과 피해를 보는 이해당사자가 있지만, 혜택을 보는 이들의 전문성과 적극성에 비해 피해를 보는 측은 체감과 상식선의 명분이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과 함께 일반 국민들까지 ‘탈원전’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하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탈핵의 문제는 현 세대보다 미래세대에, 인간만큼이나 자연에게도 영향을 주는 문제로 현 세대보다는 미래세대의 의사를 더 존중해주는 고려가 중요하다.
과연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그 부분이 충분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회 문제의 피해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제시하는 쪽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과 영역에 대한 고려가 충족될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제도화할 방안을 공론화 검증위원회와 함께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더욱 면밀하고 포괄적인 공론화 과정 없이는 ‘공론화 만능 사회’는 결코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송미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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