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건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 중인 한 여학생은 K-pop을 즐기는 단계를 지나, 세계의 젊은이들이 왜 한국 대중음악에 심취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려고 대학 내 한국학센터를 찾아 일을 도우며 공부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이끄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대해 연구하려고 한다.
최근 2018년도 북미지역 한국학사업 계획 심의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에서 역사, 문학, 인류학 등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들을 만났다. 앞의 예는 이분들이 들려준 비슷한 사례 중 한 가지와 필자가 직접 만난 학생 이야기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Korea Foundation)은 한국을 세계에 잘 알리는 것이 설립 목적이며, 창립 이래 25년간 중요하게 추진해온 사업이 바로 해외 대학의 한국학 지원이다. 나라마다 대학마다 가르치고 연구하는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학의 정의도 쉽지는 않으나, 한국어를 기본으로 문학역사철학을 비롯한 인문학과 정치경제사회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등 각 학문 분야에서 진행되는 한국에 대한 연구와 강좌를 통칭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과거 한국에 대한 연구는 처음부터 한국에 대해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한국전 참전 군인이나 미국의 평화봉사단과 같이 전후 복구지원을 위해 한국에 왔던 분들 중 일부가 본국에 돌아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면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학 1세대로서 연구와 후학 양성을 통해 2세대 한국학자를 배출하였으며, 최근 이들에게 배워 학위를 받고 3세대 한국학자로 대학에 자리 잡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세계 젊은이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대부분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매체를 통해서다. K-pop을 즐기면서 한국어를 공부하거나 한국을 직접 방문하여 경험하는 정도이지만, 일부는 깊은 수준의 한국 연구에 빠져든다.
조선시대 한국문학을 연구하거나 한국의 유학 사상을 연구하고, 고대 한반도와 주변의 역사를 공부하기도 한다. 해외 한국학의 생태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文史哲(문사철)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이 대중문화에 대한 일시적 관심만으로는 한국학을 발전시킬 수 없겠으나, 우리는 이미 대중문화를 클래식문화나 학문적 영역과 분리하여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KF가 매년 재외공관의 협조를 받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6년 한류동호회는 88개국에 1천652개로, 등록된 동호인 수는 약 6천만명에 이른다. 이는 2014년 79개국 1천652개 단체 2천180만명에 비해 회원 수만 보면 2년 만에 약 3배에 이르는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보다 깊이 있는 한국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외 대학에 한국어와 한국학 강좌를 확충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대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KF는 지난 25년간 세계 84개 해외대학을 지원한 결과 한국학을 강의하는 교수직 123개가 유지되고 있으며, 또한 매년 80여 명의 객원교수를 56개국에 파견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무한정 이어지리라고 가정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힘껏 저어야 한다.
이시형 국제교류재단 이사장·前 주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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