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게 우리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전화기는 은행을 가서 기다리지 않아도 업무를 처리해주고, 무겁고 비싼 카메라를 힘들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화질 좋은 작품을 전문가처럼 찍어내며, 비싼 통화료를 내지 않고서도 실시간으로 누구든 안부를 물을 수 있으며, 모르는 길도 척척, 음식을 만들다가도, 급한 정보가 필요할 때도 전화기만으로 난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세상.
이렇게 감정 소비 없이 말 잘 듣는 비서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겠는가? 해야 할 일정들을 입력만 해주면 알람으로 확인해주고, 골치 아프게 외우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제공해주는 전화기는 최고의 비서로 내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자명하다.
이 최고의 수행 비서를 며칠 전 분실했다. 용인시 테니스대회가 있어 참가하게 되었는데, 산 위에 코트가 있어 주차장이 부족하니 산 아래에 주차를 하고, 산길을 걸어 도착해 달라는 주최 측의 요구대로 도착하여보니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10분이 걸리는 산길을 다시 왕복하며 찾기를 두 차례. 경기시간이 되어 찾기를 포기하고 시합에 임하였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서브를 넣기 위해 공을 올리고 치려는 찰나 “이틀 뒤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는데 누구더라?”, “전화번호도 따로 없는데 어쩌지?”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도 경기는 5:5 타이브레이크 박빙의 경기인데 생각은 멈추질 않는다. 오랫동안 하지 않던 ‘알아차림’ 명상을 했다.
‘알아차림’ 명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조상윤
국제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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