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하늘은 높고 말도 살찐다는 속담과 함께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이 적어도 너무 적다는 탄식이 미디어, 특히 신문매체에 자주 등장하곤 한다. 말하자면 연말이면 등장하는, 새롭지 않은 뉴스인 셈이다.
유럽에서 유학하던 시절 신문을 읽던 일은 여가활동이 아니라 솔직히 쓰디쓴 약을 복용하는 기분과 다름이 없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공부를 위해서는 달리 수가 없었다. 아는 단어보다 모르는 단어가 더 많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도 그들에게 너무나 일상적인 줄임말이나 빗대어 쓰는 말처럼 사전으로도 찾기 어려운 것들이 많은 탓이었다.
모바일이며 스마트 기기로 뉴스를 보는 독자들이 급증하면서 종이신문 정기구독자가 20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에도 중요한 종이신문에 빗대어 포털사이트의 무차별적인 뉴스나 넘쳐나는 스팸 광고가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독버섯이나 마약과 비교되기도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인터넷신문이 종이신문 구독률을 앞서기 시작하여, 현재는 인터넷 신문 86%에 종이신문 43.1%의 비율이다. 이처럼 SNS를 통한 단편적이고 속도적인 읽기에 치중하다 보면 책이나 신문 같은 종이매체의 참 맛이라 할 수 있는 곱씹기와 사색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신문에서도 사설이나 칼럼들의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들이 많다.
한편 다른 각도로 한 번 생각해 본다. 신문이 저렇게 오그라든 것이 오직 독자들의 게으름과 기술발달에 따른 매체의 변화 때문만 일까? 유럽이나 일본의 ‘부지런한’ 독자들처럼 기존 신문을 충실히 읽는 독자들이 대다수였다면 촛불혁명이 과연 가능했을까? 4차 기술혁명은 어떤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그렇게 밀렸지만 웹툰에서는 독보적일 수 있는 것, 올림픽보다 e스포츠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것, 전세계로 퍼지는 K팝과 한류….
이웃간 공공부조든, 나라의 공공부조든 전통적으로는 현물 중심이었다. 화폐가 일찍 통용되던 곳에서는 화폐가 지급되기도 했지만, 우리의 경우 대체로 쌀이 기준이었다. 내 어린시절에도 그 전통이 이어졌다. 인플레이션에도 변함이 없던 쌀값 때문일텐데, 다른 한편 가격 제한에 묶인 농촌의 억울함도 거기 묻어 있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이제는 현금을 지나 바우처나 지역 상품권 비중이 높아졌다. 좋기로야 현금이 더 좋겠지만, 부조의 실제 효과와 더 나아가 그것이 지역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를 감안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전자 바우처나 전자 상품권 비중이 커질 것이다. 공공부조 수혜자는 물론이고 행정의 관리가 그만큼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꼬깃꼬깃한 쌈짓돈이나마 현찰을 ‘지르는’ 맛의 추억만큼은 그 나름대로 꽤 오래 남아있으리라.
난 아직 종이신문의 내음을 좋아하며, 거기서 나오는 정보와 칼럼을 차 한잔처럼 음미하는 걸 좋아한다. 그럼에도 매체의 변화는 사뭇 도도할 것이고, 아예 벗어나거나 맞설 모험이라면 권하기 어렵겠다. 다만 다양성과 전통성은 포기하기엔 너무 소중하기에 종이신문을 비롯한 전통매체에도 관심을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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