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경제적 또는 지역적 양극화를 넘어서 이념적 정치적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다. 하나의 사회적 공동체가 균형점을 잃고 경제적 구조와 가치관이 양극화된다는 것은 존치의 임계점을 경험 할 수도 있는 매우 불안한 상태인 것이다. 한국사회는 유럽처럼 몇 백 년에 걸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겪은 것이 아니라 반세기 만에 급속한 고도성장에 따른 시민사회의 성장과 제도가 조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역적 불균형, 공간적 불균형, 가치관의 극단적 대립, 정치적 파벌의 극단적 대립을 겪어왔다. 한국사회는 이처럼 너무 뜨겁던지 너무 차갑던지 하였다.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해야 했고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금전적으로 계산하였고 공동체의 미덕이나 암묵적 인간관계는 경제적 합리주의 또는 정치적 파당으로 대체되어갔다. 도시는 과거를 기억할 만한 것들을 남김없이 부수고 아파트와 도로, 빌딩으로 채워나갔다. 어제를 기억할만한 공동체의 향수, 고향의 흔적들은 찾아볼 수도 없게 되었고 생존과 유행에 민감한 시민들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의 전국적인 민주화 투쟁기를 거치면서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시민사회 태동기가 시작된다. 경제정의, 환경, 참여, 시민윤리, 인권, 여성 등 소위 봉건적 잔재와 경제지상주의의 과두에서 비어 있던 진정한 공동체적 시민 민주주의의 맹아들이 복원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의 양극단에서 민주주의 실체였던 시민, 인권, 주권, 환경, 참여 등 근대민주주의의 핵심가치들의 전면에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의 과제는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복원하는 시민 민주주의를 어떻게 안착할 것인가에 있다. 청년의 말에 귀 기울이자.
박종아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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