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평가라는 단어의 사전적 뜻은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나 수준을 평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로 번역되는 영어 단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evaluation 과 assessment의 의미는 다른데, 우리 사회에서는 혼재되고 그 의미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교육학자 Bob Adamson의 설명에 따르면 평가(evaluation)는 총체적인 결과평가의 의미가 크고, 평가(assessment)는 과정에서 진단을 위한 조사 성격의 평가로 시험(test)의 의미보다 조금 큰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사전평가라 할 수 있다. 이 두 평가는 의미와 적용에서 분명히 달라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알아보는 assessment 의 시험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의 수준을 evaluation 하는 서열화 도구로 그 의미가 변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스럽다.
그러면 대학평가, 의료기관 평가는 어떤 의미일까? 각 대학은 교육부, 일간지 등의 평가에 민감하다. 의료기관 역시 복지부와 일간지, 민간단체 등의 평가에 민감하다. 평가의 결과가 대학과 의료기관의 서열화로 보도되고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 정도와 국민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목적과 방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 기관의 질적 향상 및 적정수준을 assessment 하여 국민의 건강과 교육의 보장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딱 그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다. 과도한 평가는 기관에 속한 구성원들의 피로를 가중시켜 우리사회를 피로사회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 평가 시즌이 다가오면 두통이 시작되는 이유이다. 평가에 메여 있으니까.
박은영
가천대학교 학사부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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