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평가에 파묻힌 사회

박은영
박은영
2주 전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관심 속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대학수학능력시험뿐 아니라 요즘 우리 사회는 평가에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시험 본다”는 평가 속에 있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평가, 그리고 직장에서는 직원 업무 평가와 서비스 평가, 각급 기관은 부서평가, 기관평가, 대학평가 등등.

 

우리가 사용하는 평가라는 단어의 사전적 뜻은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나 수준을 평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로 번역되는 영어 단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evaluation 과 assessment의 의미는 다른데, 우리 사회에서는 혼재되고 그 의미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교육학자 Bob Adamson의 설명에 따르면 평가(evaluation)는 총체적인 결과평가의 의미가 크고, 평가(assessment)는 과정에서 진단을 위한 조사 성격의 평가로 시험(test)의 의미보다 조금 큰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사전평가라 할 수 있다. 이 두 평가는 의미와 적용에서 분명히 달라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알아보는 assessment 의 시험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의 수준을 evaluation 하는 서열화 도구로 그 의미가 변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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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대학평가, 의료기관 평가는 어떤 의미일까? 각 대학은 교육부, 일간지 등의 평가에 민감하다. 의료기관 역시 복지부와 일간지, 민간단체 등의 평가에 민감하다. 평가의 결과가 대학과 의료기관의 서열화로 보도되고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 정도와 국민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목적과 방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 기관의 질적 향상 및 적정수준을 assessment 하여 국민의 건강과 교육의 보장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딱 그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다. 과도한 평가는 기관에 속한 구성원들의 피로를 가중시켜 우리사회를 피로사회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 평가 시즌이 다가오면 두통이 시작되는 이유이다. 평가에 메여 있으니까.

 

박은영 

가천대학교 학사부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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