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부터 의정부·미군 인연… 부대 면적, 시 전체의 7%에 달해
2007년 ‘캠프 라과디아’ 시작 5곳 반환… 3곳도 내년 평택 이전
반환 부지엔 공원·관공서·대학·병원 등 도시 新성장동력 들어서
지난 2007년 5월 반환돼 공원으로 꾸며진 뒤 지난 10월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공원 준공식과 한미 우호증진 상징조형물 제막식,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타임캡슐 매설 등 의정부 미군시대의 상징적인 행사가 잇따랐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한미 우호증진 상징 조형물은 우리 안보를 위해 희생한 미2사단에 대한 우정의 의미를 담았다. 평택으로 이전해도 앞으로 우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매킨 미2 사단장은 “6·25전쟁 때 이 자리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자유를 수호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군 2사단 창설 100주년 콘서트가 열렸다. 의정부시가 그동안 한국의 안보를 위해 헌신해 온 미 2사단에 감사를 표하려고 마련한 자리다. 반세기 이상 계속돼온 의정부 미군시대가 내년이면 막을 내린다. 피로 맺어진 우정과 군사도시로란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을 동시에 남겼다. 편집자 주
지난 1945년 10월 남한을 점령한 미군의 통치 부대인 제68 군정대가 의정부에 도착, 행정을 담당하면서 의정부와 미군의 인연은 시작됐다.
잠시 철수했다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되돌아와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제1군단 사령부가 1950년 9월 의정부 가능동에 자리했다. 통신부대 등 지원부대와 예하부대가 뒤따르면서 지난 1951년 하반기부터 이 일대에 기지촌이 형성됐다.
제1군단은 한국전에 참전한 미 8군 예하 3개 군단 8개 사단 중 하나로 낙동강전투와 평양탈환작전 등을 비롯해 서부전선에 참가했다. 8개 사단 중에는 지난 1917년 프랑스에서 창설된 인디언 헤드의 미2사단이 있다. 미군 중 최초로 한국에 도착해 낙동강 전투, 평양탈환에 참여하고 중공군 개입으로 어려워진 전세를 역전시킨 지평리 전투로 유명한 부대다.
한국전쟁 중 모두 7천94명이 전사하고 1만6천237명이 부상했다. 한국전 직후 본토로 돌아갔다 지난 1965년 한국에 재배치돼 지난 1992년까지 비무장지대(DMZ) 경비를 비롯해 한강 이북 중서부방어를 담당하며 인계철선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 2003년 주한미군의 재편ㆍ감축계획에 의해 1단계로 지난 2006년까지 동두천ㆍ문산 기지를 의정부로 옮겨 통합하고, 2단계로 한강 이남 평택으로 이전하고 있다. 약 1만5천명으로 주한미군의 40%에 달한다.
한국전쟁과 휴전협정을 거치면서 의정부는 한국의 핵심적인 미군 주둔지가 됐다. 지난 1951년 ‘캠프 홀링워트’와 ‘캠프 라과디아’ 등지를 시작으로 ‘캠프 시어즈’, ‘캠프 카일’, ‘캠프 레드 크라우드’, ‘캠프 잭슨’, ‘캠프 에세이온’, ‘캠프 스탠리’ 등 지난 1955년까지 미군기지 8곳이 들어섰다. 면적은 5.7㎢로 시 전체 81㎢의 7%에 달한다.
이들 기지 미군은 한반도 안보 파수꾼으로는 물론 의정부 전후 복구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도로 등 기간시설 복구는 미 1군단 예하 공병이 담당했다. 의정부 시사에 따르면 미군이 지난 1954년 5월까지 재건하거나 건설한 학교, 고아원, 병원 등은 350여 곳에 이른다.
당시 주한 미 공보원은 성공적인 미군의 전후 복구 사례로 의정부를 들어 ’의정부 이야기’란 영화를 제작, 홍보하기도 했다. 미군물자 불하, 군납, PX 물품, 군표 등 이른바 기지촌 경제와 함께 1960년대 의정부는 군사 도시로 성장했고 기지촌 경제는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토박이 권태경씨(67)는 “의정부 대표 음식인 부대찌개는 당시 미군부대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 등을 섞어 끓인 게 유래다.
의정부 미군기지는 지난 2007년 반환된 ‘캠프 라과디아’를 시작으로 기지 5곳이 반환됐고 나머지 3곳은 내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한다. 지난 1945년 이래 계속돼온 의정부 미군시대가 막을 내린다. 반환되는 미군기지는 대부분 요지다. 도시 개발이 마무리돼 개발 여지가 없는 의정부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희망’과 ‘기회’의 땅이다.
의정부시는 이 땅을 개발해 군사도시 이미지를 벗고 복합 문화관광도시로 교육, 의료 등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고 도심 공원을 조성하는 등 ‘보다 잘 사는 도시’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금오동 ‘캠프 시어즈’는 경기북부 행정타운을 건설해 경기북부경찰청과 주요 관공서가 들어섰고 ‘캠프 에세이온’은 경기교육청 2청사에 이어 을지대 캠퍼스와 을지대학병원 등이 오는 2020년 개원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역전 동부광장 내 ‘캠프 홀링워터’는 공원으로 꾸며져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의정부동 ‘캠프 라과디아’는 시민 체육공원으로 변신 중이다. 반환될 녹양동 ‘캠프 레드 크라우드’는 역사안보 테마공원, 고산동 ‘캠프 스탠리’는 액티브 실버시티, 호원동 ‘캠프 잭슨’은 문화 예술공원 등으로 탈바꿈할 채비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안보란 이름으로 미군기지는 재산권행사 제한, 발전 걸림돌 등 우리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그러나 이젠 의정부를 한 단계 도약시킬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사진=의정부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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