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협주곡 4번 자신만의 색깔로 연주
伊 부조니 콩쿠르 2위… 韓 역대 최고성적
마음의 고장 파주서 뜻깊은 무대 갖고 싶어
지난 9월 세계 톱클라스 콩쿠르인 ‘2017(61회) 이탈리아 페루치오 부조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2위와 청중상 등 2관왕을 수상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반열에 오른 원재연씨(29)가 금의환향했다. 원씨는 2000년 파주 금촌초등학교(68회)를 졸업, 부모님과 파주운정신도시에 살고 있다.
부조니 국제피아노콩쿠르는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페루치오 부조니(1866~1924)를 기리기 위해 1949년 처음 시작해 2년마다 열리고 있다. 이번 원씨 수상은 국내 남성 피아니스트로서 백건우씨(4위)에 이은 역대 최고 성적이다. 피아노계에선 이번 콩쿠르 수상이 올림픽 금메달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높이 평가한다.
그는 부조니 콩쿠르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전 세계 150여 명과 예선 경합을 벌였다. 이어 올해 9월 예선통과 24명과 겨룬 본선에서 베토벤 협주곡 4번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연주, 크로아티아의 이반 크판(2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당시 대회 케빈케너 심사위원은 “원씨는 매우 창조적인 아티스트였고, 청중들은 그의 연주를 가장 좋아했다”고 극찬했다.
원씨가 피아노를 처음 접한 것은 또래 음악 영재보다 늦은 10살 정도다. 지휘자인 정명훈 팬이었던 어머니 강요(?)로 피아노를 쳤지만, 흙속에 감추어졌던 그의 보석 같은 재능이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했다. 음악 명문인 선화예중ㆍ고를 거친 원씨는 국내 메이저대회인 ‘이화경향음악콩쿠르’와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연달아 정상을 차지한 뒤 스위스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스페인 페롤시 국제 피아노콩쿠르, 독일 쾰른 칼로버트크라이텐 프라이즈 1위 등 국내외 콩쿠르를 휩쓸 정도로 발군의 기량을 보였다.
승승장구하던 원씨에게도 몇 차례 음악적 굴곡이 있었다. 음악적 깊이 없이 연습만으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콩쿠르 기계’ 같은 자조감이 밀려왔다. 또 여권유효기간 1년(30세)을 앞두고 군입대(현재는 부조니콩쿠르 2위로 군면제)와 관련, 음악적 단절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었다. 원씨는 스승 피아니스트 강충모 교수와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멘토로 삼아 극복했다고 했다. 그는 “음악은 우주를 표현한 것이고, 이런 우주를 배우고 좋아하면 치유될 것이라는 스승들의 가르침을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독일 쾰른 음대에서 클라우디오 마르티네즈 메너 교수로부터 공부 중인 원씨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투어와 성남 티엘아이홀의 초청연주를 위해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슈만과 브람스의 낭만을 좋아한다는 원씨는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게 돼 기쁘다. 마음의 고장인 파주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 또 좋은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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