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알뜰살뜰’ 재정… 아이들·학부모 ‘급식걱정’ 해방

어린이집부터 고교까지 ‘무상급식 시대’

인천시가 내년부터 전국 광역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어린이집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사진은 유정복 시장이 인천시 남동구 동인천중학교에서 급식을 배식 받는 장면.
인천시가 내년부터 전국 광역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어린이집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사진은 유정복 시장이 인천시 남동구 동인천중학교에서 급식을 배식 받는 장면.
■ 어린이집·초·중·고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 39만7천여명 혜택

내년 초·중·고교 508개교 33만3천614명(저소득층 자녀 4만647명 포함, 전체 인원의 12.2%, 급식비 시교육청 전액 부담)의 무상급식을 위한 재원은 2천241억2천100만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시 699억4천400만원(31.2%), 군·구429억800만원(19.2%), 시교육청 1천112억6천900만원(49.6%)이다.

무상급식 재원에는 기관간 재원분담 외에 시교육청이 부담하는 급식종사자 인건비(시간제보조원 인건비 제외)와 제반 급식 운영 경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초·중·고교별로 나누면 인천 250개 초등학교 14만7천661명(903억8천200만원)과 133개 중학교 6만7천811명(607억3천900만원), 125개 고등학교 7만7천495명(730억원)이 무상으로 급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는 인천지역 어린이집도 무상급식을 시행한다. 어린이집 무상급식은 전국 최초 사례다. 시는 203억원의 예산을 확정했으며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 사립어린이집 원아 6만4천여명에게 지급된다. 

시는 현재 한 끼 식사비용 최저 1천745원에서 2천200~2천400원으로 인상했다. 급식비 전액이 학부모와 어린이집에 각각 지원됨에 따라 부모들 부담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사립 어린이집 영유아 가정이 월평균 내던 ‘부모부담 보육료’ 중 3만8390원이 절감된다.

 

■ 지역사회 일제히 환영… 학부모 “재정 건전화 피부로 체감”

어린이집과 초·중·고교 무상급식 추진은 전국에서 인천이 유일하다. 인천시의 이 같은 무상급식 정책에 지역정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인천시당은 “내년부터 인천시가 영유아에서 모든 초·중·고교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첫 광역자치단체가 됐다”고 평가했고, 정의당도 “고교 전면 무상급식 환영”의 뜻을 내놨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합의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는데, 이번 합의는 재정상태가 고려되지 않은 졸속조치”라며 우려의 뜻을 함께 전달했다. 

어린이집과 고등학교 원아와 학생을 둔 학부모는 무상급식 전면 시행을 반기고 있다. 3살 배기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이모씨(37)는 “누리과정에 따른 정부 지원금에 이어 아이 급·간식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아이 키우기 한결 나아졌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조모씨(43·여)도 “올해 처음으로 중학교 무상급식이 시행돼 급식비 부담을 덜었는데 아이가 내년에 고등학생이 돼도 급식비가 지원된다고 하니 참 다행”이라며 “인천시가 재정상황이 좋아졌다는 내용을 뉴스로만 접했는데 이번 결정은 피부로 와 닿는 정책인 것 같다”고 했다.

 

■ 재정건전화가 어린이집·고교 무상급식 추진 원동력

시가 어린이집과 고교 무상급식 조기 시행을 결정한 배경에는 재정상황이 나아진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는 2014년 말 부채가 시본청 4조7천657억원, 공사·공단 8조4천28억원 등 총 13조1천685억원, 채무비율 37.5%에 달해 행안부로부터 2015년 7월 재정위기 주의단체로 지정됐다. 재정위기 주의단체는 재정위기 단체 지정에 앞선 예비 단계로 채무비율 25% 이상일 경우 지정되고 신규 지방채 발행 등을 제한받는다. 채무비율이 40% 이상인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되면 지방채 발행 등에 행안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통제가 가해진다.

 

시는 2015년 하반기부터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에 착수해 2015년 말 11조5천억원, 2016년 11조1천억원, 올해말 10조1천144억원으로 3조541억원을 절감했다. 채무비율은 올해 말 21.9%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당초 2018년까지 재정건전화 작업을 추진해 예산대비 채무비율을 25% 미만으로 낮춰 재정 ‘정상’ 단체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1년 앞서 조기 달성하게 됐고 이는 어린이집과 고교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시는 올해 전면 시행한 중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 등 시민의 만족도가 높고, 문재인 정부의 2022년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시행 계획을 감안해 고교 무상급식을 조기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유치원 무상급식 숙제

어린이집·초·중·고를 아우르는 무상급식 체계가 완성됐지만, 유치원과 학교급식지원센터는 향후 숙제로 남았다.

 

먼저 제5회 지방선거를 앞둔 2011년 11월 공포된 ‘친환경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2012년 7월1일 설치된 학교급식지원센터가 6년이 지난 현재 자취를 감춰버렸다. 하지만, 어린이집·초·중·고교 무상급식 완성되면서 학교급식지원센터 재설치 논의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는 내년부터 시교육청과 일선 군·구, 시민사회단체에 학교급식지원센터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센터 설립의 당위성과 방향 등에 대해 살필 방침이다. 또 서울과 경기, 경북 등 현재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운영되는 지방자치단체 사례를 조사해 시의 여건과 상황에 맞는 센터 설립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판단할 예정이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어린이집은 시의 결정으로 무상급식을 하게 됐지만, 시교육청이 관리하는 유치원은 내년 무상급식 전격 추진에 제외됐다. 특히 시교육청에는 학부모 부담 경감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유치원 보육료와 급식비 지원 담당부서 자체가 없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숙제로 남게됐다. 

주영민기자

제목 없음-3 사본.jpg
[인터뷰] 유정복 인천시장

“허리띠 졸라매 재정건전화 무상급식 천국 결실 보답”

“인천은 지난해 중학교 무상급식 실시에 이어 내년부터 영유아에서 모든 초·중·고교생까지 무상 급식을 하는 전국 첫 광역자치단체가 됐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어린이집·초·중·고교 무상급식을 내년부터 전격 추진하게 된 것에 대해 “지난 3년 반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뤄낸 재정건전화의 성과를 어린이집에서부터 고등학교를 아우르는 무상급식 추진을 통해 시민 여러분께 돌려드릴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고등학교 무상급식과 관련해 시교육청과 시의회가 재원분담을 놓고 기싸움을 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며 “학교급식법상 지자체는 식품비만 지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시의 지원비율을 높이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의회가 억지로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집어넣을 경우 시교육청이 부동의와 법적 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며 “결국, 시가 나서 중재안을 제시했고 시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전격 합의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유 시장은 어린이집·초·중·고교 무상급식 전격 추진의 향후 과제로 인천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언급하는 등 친환경무상급식 제공을 위한 대책 마련 계획도 내놨다.

 

그는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친환경 무상급식을 원활히 제공하고 지역의 우수농수산물 구매를 통해 농민에게 희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시장은 “내년부터 인천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위한 시교육청과 시민사회단체,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영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