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軟豆)가 아지랑이를 몰고 와
바람이 살랑 거리고
분홍 산 빛에 뺨도 물드는 진달래 필 때
초록이 깊어 가며 소나기와 함께
출렁 거릴 때
제 몸 살라 불태우며 애 끓일 때
세상은 소란스러웠다
산이, 숲이 보였다
젊음은 열정과 공존했다
그래야 했다
화석(化石)같이 처연한 것이 나타났다
깨끗이 발라 먹고 작품으로 남긴
고래의 뼈처럼,
뼈와 뼈 사이의 돌기들
척추를 이어준 관절과 근육 실핏줄 마다
숨겨둔 이야기가 명화(名畵)처럼 신비롭다
겹겹이 입고 있던 분주함이 사라졌다
청춘을 숨겨 버린 적요(寂寥)
겨울 숲의 숨소리가 액자 밖의 내일을
만들고 있다
김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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