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겨울 숲

▲ 강원도 삼척 출생. 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수원문학아카데미, 경기시낭송가협회 회원.
젊은 날엔 겨울 숲은 보이지 않았다

연두(軟豆)가 아지랑이를 몰고 와

바람이 살랑 거리고

분홍 산 빛에 뺨도 물드는 진달래 필 때

초록이 깊어 가며 소나기와 함께

출렁 거릴 때

제 몸 살라 불태우며 애 끓일 때

세상은 소란스러웠다

산이, 숲이 보였다

젊음은 열정과 공존했다

그래야 했다

화석(化石)같이 처연한 것이 나타났다

깨끗이 발라 먹고 작품으로 남긴

고래의 뼈처럼,

뼈와 뼈 사이의 돌기들

척추를 이어준 관절과 근육 실핏줄 마다

숨겨둔 이야기가 명화(名畵)처럼 신비롭다

겹겹이 입고 있던 분주함이 사라졌다

청춘을 숨겨 버린 적요(寂寥)

겨울 숲의 숨소리가 액자 밖의 내일을

만들고 있다

 

김순자

강원도 삼척 출생. <한국시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수원문학아카데미, 경기시낭송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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