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중심 틀어져 운행시 심각한 위험 초래 우려
정부는 규제없이 묵인… 전문가들 “제도 개선해야”
현대차 “적법한 절차 거쳐 아무런 문제 없는 차량”
국내 굴지의 자동차 제조회사인 현대자동차가 가변축을 장착해 구조 변경한 트럭을 직접 제조,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더욱이 이를 제재해야 할 정부마저 ‘도로 위의 흉기’로 불리는 구조 변경 트럭들을 아무런 규제 없이 묵인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까지 ‘뉴파워트럭 14톤 샤시캡 특초장축’을 1억 2천210만 원에 판매해 왔다. 이 트럭의 경우 기존 8톤 트럭(2축)에 가변축을 장착, 3축짜리 트럭으로 구조 변경해 출고한 차량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형 트럭들의 구조 변경은 운행 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소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의 해당 모델은 무게중심, 프레임 등이 기존 8톤 트럭에 적합하게 설정돼 있는 상황에서 트럭 제원을 인위적으로 늘렸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높다는 지적이다.
손일선 오산대학교 자동차계열 교수는 “축을 하나 더 달아 차량을 개조하게 되면 차량 전체 프레임이 휘어질 가능성이 높고 바퀴의 브레이크 작동도 원활하지 않게 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차가 부서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해당 모델을 구매한 소비자가 현대자동차 측에 차량 교환을 요구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기도내 한 물류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14톤 차량이라는 현대차 측의 설명에 해당 모델을 구입했다. 그러나 주행 시 불안정한 차체 떨림 등으로 고생하던 A씨는 뒤늦게 구조 변경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운전할 때마다 피로감이 극심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차량 상태를 확인해보라는 동료들의 조언에 확인해보니 완제품이 아닌 개조차량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격분한 A씨가 현대차 측에 차량 교환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청약 철회 기간인 3개월이 지난 데다가 정상 출고된 제품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 같은 상황은 트럭의 구조 변경을 제재할 만한 마땅한 규정이 없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일제히 구조 변경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도로교통법과 도로법 어디에도 가변축 설치를 금지하는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모든 차량은 구조 변경을 하게 되면 전체 무게중심 등이 틀어지기 때문에 주행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법적으로 이를 막을 제도가 없어 대부분 물류업체들이 관행처럼 구조 변경을 해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필수 교수는 “정부가 위험성을 모를 리가 없는데 구조 변경을 승인해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손일선 교수 또한 “대형 차량의 구조 변경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형 트럭에 가변축을 설치할 경우 적재물 무게를 분산시키고 주행 안전성과 도로 파손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면서 “구조 변경 트럭의 위험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는 등 개선안 마련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해당 모델은 구조 변경 이후 자기인증 등 적법한 절차를 모두 거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차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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