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보다 무서워”… 상인들 한숨만
눈썰매장·스케이트장은 ‘개점 휴업’
“초강력 한파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미세먼지가 무섭긴 무섭네요”
17일 낮 12시께 수원 지동시장. 이곳에서 인삼 가게를 운영하는 노영신씨(75ㆍ여)는 연신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지독한 한파에도 꾸준히 팔리던 인삼이 최근 3일 동안 아예 팔리지 않고 있어서다. 한창때는 하루 100만 원이 넘는 매출도 기록했지만, 수도권 곳곳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효된 이후로 매출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노씨는 “뿌옇게 깔린 미세먼지 때문인지 손님들이 아예 바깥으로 나오질 않는 것 같다”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인근 건고추 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모여 한창 북적북적해야 할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동안 이곳을 지나친 시민은 2명이 전부였다. 건고추 가게 주인 이봉순씨(61ㆍ여)는 “미세먼지 때문에 손님들이 전통시장에 찾아오질 않아 물건이 아예 팔리질 않는다”면서 “가게를 열어도 허탕치는 날이 계속 이어져 막막하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을 뒤덮은 초미세먼지로 시민들의 외출이 줄어들면서 전통시장과 푸드트럭 등 야외에서 영업을 하는 이들도 울상짓고 있다. 또 스케이트장이나 눈썰매장 등도 아예 운영을 중단하거나 이용객이 크게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수원시에 따르면 수원월드컵경기장 눈썰매장의 경우 하루 평균 150여 명가량이던 이용객 수가 지난 15일부터 3분의 1 수준인 50명 정도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성남시청 야외 스케이트장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아예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야외 장사를 하는 푸드트럭 등 노점상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수원화성 인근에서 스테이크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Y씨(38)는 “보통 스테이크를 하루 150개씩 팔았는데, 최근에는 40개도 못 팔고 있다”면서 “빨리 날씨가 좋아져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현숙·김승수기자
키즈카페 아이들 평소보다 2~3배↑
마스크·의류건조기 등 판매량 껑충
수도권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17일 낮 12시20분께 수원 권선구의 K키즈카페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80여 명의 아이들이 방문했다. 총 수용인원이 100명가량인 이 키즈카페는 평소 절반 수준에 그치던 이용객 수가 2배 가까운 80여 명으로 집계됐다.
4살짜리 딸아이와 함께 키즈카페를 찾은 강지연씨(36ㆍ여)는 “날씨도 춥고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해서 실내 공간을 찾아보다가 키즈카페로 오게 됐다”면서 “아무래도 당분간 아이와 바깥활동을 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기지역 미세먼지 등급이 연일 ‘나쁨’ 단계를 유지하면서 키즈카페 등 실내 공간을 찾는 시민들이 급격히 늘어나는가 하면 의류건조기 등 미세먼지 관련용품들의 판매량이 급증, 관련 업계가 미소 짓고 있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간 10만 대에 불과했던 의류건조기의 판매량이 올해 100만 대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빨래를 밖에 널어 말리는 것도 불안하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심할 때마다 의류건조기 판매량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나 식염수와 같은 호흡기 관련 제품 판매량도 늘었다. 경기도내 한 대형약국에서는 평소 20~30개 정도 판매되던 마스크가 이날 오전에만 60여 개가 팔려나갔다.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뿐만 아니라 식염수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계속되는 미세먼지로 호흡기 질환을 앓는 환자 수가 급증, 병원들도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 장안구의 H 이비인후과는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병원을 찾은 환자 대부분은 목이나 코 등 호흡기 질환을 호소했다. 병원 관계자는 “하루 100여 명의 환자가 방문하는데, 최근 전체의 80%가량이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조성필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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