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선수’ 정책, 높이 평가
선수·부모도 학력 저하엔 불안
‘공부 도울 여건’도 만들어 줘야
학생 운동선수 725명이 올해 전국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경기도 교육청이 최저 학력 미달을 이유로 출전 자격을 박탈했다. 초ㆍ중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과목, 고등학교는 국어, 영어, 사회 3과목이 최저 학력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각 과목이 소속 학교 과목 평균의 50%(초등학교), 40%(중학교), 30%(고등학교)에 미치지 못하면 최저학력 미달 선수가 된다. 이번에 적용되는 725명은 선수 전체의 6.7%다.
갑작스레 시행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초등학교 4~6학년에게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2012년부터는 적용 범위를 중학교 전학년으로 넓혔다. 올 들어 그 대상을 초ㆍ중ㆍ고 전체로 확대했다. 2011년을 기점으로 보면 7년간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 여기에 학력 미달 선수들을 위한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도 있다. 출전기회 박탈 선수들에 대한 일종의 구제 제도다. ‘기습 시행’이나 ‘졸속 시행’의 우를 피하려는 노력이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중요성은 이제 토론이 필요 없다. ‘공부까지 잘하는 멋진 운동선수’나 ‘식견을 갖춘 능력 있는 체육인’을 육성하자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운동선수 본인의 인생을 파멸로부터 방어하자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지난해 9월 열린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 964명의 학생 선수가 지원했다. 고졸 선수가 754명, 대졸 선수가 207명이었다. 여기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100명뿐이다. 나머지 864명은 그날부터 실업자가 됐다. 지명된 100명이 모두 그라운드에 선다는 보장도 없다. 그나마 선수 시장이 가장 넓다는 야구계 현실이 이렇다. 투박하게 표현하면, 우리네 학교 운동부는 90%의 실업자를 내년 쏟아내는 대책 없는 집단이다.
그렇다고 학교가 책임지지도 않는다. 부모가 도와줄 수도 없다. 본인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윤병웅 한국야구위원회 기록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공부가 필요한 때는 운동하는 순간이 아닌 그만둔 이후”라고 말했다. 이 책임이 교육 당국에 있다. 그래서 경기도 교육청의 ‘725명 출전 금지’ 조치를 안타깝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더 바랄 게 있다면, 운동선수의 학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 마련이다. 교육부가 1월에 발표한 설문 자료가 있다. 74.8%의 선수들이 ‘수업 결석으로 인한 성적 저하가 걱정이다’라고 답했다. 교사의 67.5%, 학부모의 47.1%는 ‘대회 참여로 인한 수업 결손에 보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학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빠진 수업을 보충받는다’고 답한 학생은 18%에 불과했다.
설문 속에 답이 있지 않나.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기 위한 정책과 ‘공부할 수 있는 운동부’를 만들기 위한 정책은 함께 가야 한다. 본인의 명예에 학교의 명예까지 얹혀져 있는 것이 현실 속 학교 운동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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