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소유욕에 대한 훈계
- 손가락
무엇을 가리켜야 할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갖고 싶은 것 모두
가리키고 싶지만
손가락은
거친 엄마의 손등을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하고 싶다고
갖고 싶다고
이것 저것 가리키면
안 된다는 것을.
법정 스님같이 ‘무소유’의 삶을 산 이도 있지만, 인간은 어디까지나 소유의 동물이다. 이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똑 같다. 인생의 길에는 갖고 싶은 게 왜 그리도 많은지. 이 동시는 손가락을 내세워 인간의 소유욕에 대한 경계심을 훈계한다. ‘갖고 싶은 것을 가리켜 보라’고 했을 때 무엇을 가리켜야 할지 고민에 빠진 아이의 손가락. 마음 같아서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다 가리키고 싶은데, 하필이면 그 때 엄마의 거친 손등이 떠오른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림을 꾸리느라 나무껍질처럼 거치러진 손, 크림 한 번 발라보지 못한 억센 손...그 손은 ‘이것 저것 가리키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땅의 어머니들도 그렇게 살았다. 전쟁과 가난의 세월 속에서 한 가정의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그리 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만큼이라도 사는 데는 그렇게 바보처럼 산 어머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동시를 쓴 시인의 어머니도 그런 어머니였을 것이다. 그 어머니의 삶을 하나의 거울로 삼은 시다. 자기 몸을 방패삼아 자식들의 안위와 장래를 위하는 데 행복의 의미를 두었던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시(獻詩)이기도 하다. 참 예쁘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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