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지방선거 100일, 핵심정책의 지속여부를 묻자

▲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역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불출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226명의 현역 시ㆍ군ㆍ구청장 중에 약 70여 명이 용퇴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정치 신인들이 대거 선거판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경기지역인 경우 성남ㆍ고양ㆍ광명은 경기지사 출마, 광주ㆍ남양주ㆍ동두천ㆍ시흥ㆍ양평ㆍ이천 등은 3선 연임 제한, 부천시는 불출마 선언, 파주시는 피선거권 박탈 등을 이유로 현 단체장의 불출마가 이뤄지는 등 도내 31개 시ㆍ군 가운데 11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지역을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들 대부분이 지속가능성을 잃고 순장(殉葬)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으며, 대체로 ‘공은 없고 과만 존재한다’는 정략적 공격과 흠집 내기, 근거 없는 비난이 거세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좋은 정책들이 사장이 되면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지역의 핵심정책의 지속 여부를 미리 판단하여 후보자들에게 그 수용 여부를 묻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유권자 중심의 선거를 치를 수 있게 언론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외국의 선거를 잠시 살펴보자면, 영국과 미국의 언론들은 출마자들에게 전임자의 정책공약 수용 여부를 묻는 것으로 정책검증을 시작한다. 선거에서 정책검증이란 유권자들에게 정책의 새로운 정책의 실효성과 함께 기존 정책의 지속가능성 등 예측가능성을 높여주는 작업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새 정책에 대한 선호가 높고 기존 정책을 승계하거나 수정ㆍ보완ㆍ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은 재탕, 삼탕으로 폄훼하기 일쑤다. 이처럼 공약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보다는 새로운 정책들만을 선호하다 보니 출마자조차도 지역 발전을 위한 장기정책의 수용이나 승계보다는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더라도 새로운 정책을 우선하게 된다.

지역의 새로운 정책들이 선거 때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그에 따른 검증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재정을 마구 쏟아붓는다면 성숙한 지방자치로 발전하기 어렵다. 참고로 지방선거에서 제시되는 시ㆍ도지사 및 시ㆍ군ㆍ구청장 후보들의 선거공약은 총 5만 개에 이른다. 현역 시ㆍ도지사 및 시ㆍ군ㆍ구청장의 공약은 약 1만 6천여 개에 달한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약 7조 9천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며, 지방행정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민사회에서는 지역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공론장 마련이 요청된다. 이에 부응하여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현역 시장ㆍ군수 불출마 지역을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 시민토론회, 시민정책선호도 조사를 통해 지속가능성이 필요한 핵심공약과 핵심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후보자들에게 수용 여부를 묻고 그 결과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후보자들에게 기존 정책의 수용에 따른 명분을 주고, 선거에서 설익은 정책공약이 제시되는 확률을 낮춰보자는 취지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했다. 근시안적 단기성과 중심의 정책은 중장기적인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의 장단점을 잘 따져보고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은 정책선거의 출발이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최소한 현역 단체장의 용퇴가 결정된 지역만이라도 모든 후보자들에게 핵심정책의 지속 여부를 묻고, 그 결과를 지역유권자들에게 전달하여 현명한 선택을 돕는 선거로 치러보자.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