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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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로 예정되어 있는 북미 정상회담을 외신들은 트럼프, 김정은 두 지도자의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휴전 이후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만난다. 핵 보유를 헌법에 명시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비핵화를 이야기했다. 역사성과 사변성이 내포된 금번 회담은 그 전망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는 평창올림픽을 남북한 화해무드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계기로 삼겠다는 소위 평창구상에 근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정책결정에서 시스템과 합리적 절차를 따르는 리더십보다는 지도자 자신들의 직관에 의존하는 트럼프와 김정은 두 지도자의 리더십 스타일의 합작품이다. 그렇다면 세계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기적의 당선쇼를 보여준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어떤 전기를 마련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와 정착의 시대를 여는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 비관론자들은 북한의 유화 제스처가 국제사회의 제재전선을 이완시키고, 미국의 선제타격의 우려를 피하려는 위장평화공세이기 때문에 북한의 시간끌기 전략에 말려드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목적은 첫째, 남한에 열세인 재래식 무력의 공백을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로 만회하고 군사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그것을 기반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미군 철수와 체제목표인 남조선 혁명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며 셋째, 미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핵 강국임을 과시하여 내부적으로 체제결속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금년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북한의 불변의 정책노선으로 천명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 나온 저의와 관련해서 위장평화공세로 보는 것은 당연히 합리적인 의심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주변의 의심처럼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하는 북미회담이 성공할 여지는 전혀 없는가.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김정은 정권의 속성과 권력 장악력의 현황, 그리고 통치 스타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우선, 북한체제는 김정은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유사 왕조체제라는 점이다. 북한은 동양사회의 왕권적 정서를 기반으로 김씨 왕조의 우상화 작업을 통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3대 세습체제를 구축했으며, 김정은은 왕처럼 군림한다. 다음으로 김정은은 장성택으로 대표되는 정권의 견제세력을 제거하고 별을 붙였다 뗐다 하는 군 장성들 길들이기 등을 통해 절대 권력을 행사한다.

 

북한이야말로 김정은 1인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으로 장마당 경제로 맛본 개방경제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에는 이미 핸드폰이 400여만 대가 보급되어 있고 장마당을 통해서 중국식 개방을 위한 실험이 그 대세로 자리잡아 큰 흐름을 막을 길도 없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합리적인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현대적인 정상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왕같은 존재인 김정은의 결심에 따라 북핵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의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노동신문을 비롯한 내부 매체들은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비핵화 협상 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전략적 일환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정부를 위시한 세계각국은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끝까지 북한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대목임을 명심해야한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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