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옥 안산용신학교 교장 “나이 잊은 배움의 열정… 실력도 일취월장”

어르신 한글 가르치며 보람 외국인 이주민 교육도 실시
건물 곳곳 균열, 환기 안돼 열악한 환경개선 대책 고심

▲ 안산-사람들(용싱학교 김경옥 교장)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글을 깨우치며 기뻐할 때 큰 행복과 보람을 느끼죠.”

 

올해로 30년째 경제적 어려움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배움의 기회를 놓친 늦깎이 학생들과 함께 배움을 채워가는 김경옥 안산용신학교 교장(55).

 

1987년 안산중앙실업학교로 출발한 용신학교는 반월공단 지역 근로청소년을 위한 야학으로 설립했으나, 학력 미인정 학교 형태인 평생교육시설로 등록돼 주경야독하는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받아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역할을 해왔다. 이후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이나 비문해ㆍ저학력 성인 그리고 외국인 이주민이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처음 학교를 방문한 어르신들은 말문조차 열지 못한 채 자신감 없이 우물쭈물하는 경우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업에 대한 열의는 입시 및 고시생을 두어 넘을 정도입니다”고 김 교장은 학생들의 교육열을 자랑삼아 말했다. 이어 그는 “ㄱ, ㄴ, ㄷ, ㄹ, ㅁ … 가, 나, 다, 라, 마 …로 시작한 수업을 통해 한글을 깨우치고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을 수준에 이르면 어르신들 대부분은 감사의 눈물을 흘리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국인 100여 명과 내국인 100여 명 등 200여 명이 용신학교에서 기초반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과정에서 학업을 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뒤 만학도로 대학에 진학한 어르신도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모 어르신(63)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뒤 자식의 권유로 용신학교에 입학, 한글을 깨우치고 난 뒤 대통령에게 열악한 학교의 환경을 개선할 방안을 찾아 달라며 편지를 쓸 만큼 일취월장한 한글실력을 뽐냈다.

 

학교의 졸업생들이 점점 늘어나며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김 교장에게 큰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개교 40년이 다가오는 용신학교 건물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내부에는 환기가 되지 않아 어르신들의 건강이 염려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이전 대책 등은 없는 상태다.

 

김 교장은 “배우고 싶은 마음에 늦깎이 만학도가 수차례에 걸쳐 고민에 고민하고 학교의 문을 두드렸으나 수업공간이 부족해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며 환경이 좀 개선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 같은 환경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비나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어릴 적 그 마음으로 학교를 찾는 학생들의 마음을 보면서 배움의 힘이 얼마만큼 무게를 가졌는지 가름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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