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가계부채다. 금리 격차 확대는 국내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줘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국고채, 회사채, 금융채, 대출금리의 인상 압박이 예상된다. 시장금리는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지난해부터 오르는 추세이다. 국내 채권 시장 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보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바탕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최고 신용등급 기준 지난해 초 2.0% 수준서 최근 2.7%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현재 최고 4% 후반인 고정금리형 주담대의 금리가 연말이면 6%까지 급증할 수 있어 1천451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담이 커진다. 민간소비로 흘러들어 가야 할 돈이 금융회사 빚을 갚는 데 사용돼 내수가 위축된다. 수출과 내수가 한꺼번에 위축되면 일자리와 소비, 투자가 동시에 감소하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으로 구분된다. 가계대출은 개인이나 비영리 목적으로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대출한 것이다. 반면 판매신용은 여신전문기관 백화점, 자동차회사로부터 물품을 외상으로 구입하면서 발생한 부채다. 판매신용은 전체 가계부채의 5~6%의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은 은행(예금은행)이 취급한 주택관련 대출의 형태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주택관련 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토지구입자금대출, 주택 신·증축 등에 사용된 자금을 의미한다.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중 지역별로는 전체의 64%가 수도권에 대출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출용도별로는 전체의 61%가 주택관련 대출이다.
전체 담보대출 중 거주주택 및 부동산 구입(57%) 외에도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28.4%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주담대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대출구조가 단기, 만기일시상환, 변동금리 대출이 상당한 비중으로 차지하고 있어 외부충격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대출의 담보로 제공되는 주택이 서민 가계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거주권이 상실될 위험이 있다. 주담대는 만기일시상환, 10년 이하의 단기대출, 거치기간부 분할상환 대출, 변동금리 대출 등의 만기나 거치기간이 도래하는 경우 가계부채 상환부담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기존 총부채상환비율(DTI)는 기존 주담대의 이자와 신규 주담대의 원리금만 부채로 인식하지만, 신DTI는 기존 주담대의 원금까지 부채로 잡는다. 정부의 부동산 담보대출 축소 대책은 최근 대출의 증가가 부동산 구매를 위한 대출이라기보다는 생계유지를 위한 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중이 106%로 현재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높다. 이들의 사업자금 대출을 가계대출로 분류하기보다는 중소기업 대출이나 별도의 사업자금 대출로 분류하여 별도의 혜택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별도의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상품을 만들어 조세혜택이나 금리 혜택 및 보증서 발급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부동산 가격상승 규모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급격한 가계 대출의 축소는 오히려 더 큰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 있다. 대출을 급격히 줄이면 대출 연장을 하지 못하는 가계에 큰 부담이 되어 오히려 신용불량자가 급격히 증가한다. 인위적 부동산 대출과 가계대출 억제를 자제하여 건전한 가계대출자들도 제2금융권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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