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지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원망에 속상한 아버지가 일부러 술을 더 마셔서 삶을 마감했다고 생각했고 이후 죄인 같은 마음으로 살아왔고 죄송한 마음에 아버지 산소에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볼 때 그의 아버지의 사인은 음주가 원인이 아닌 과도한 단백질 섭취로 인한 간성혼수로 추정되었다. 그에게 아버지의 죽음이 술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을 해주었고 아버지의 산소에 가고 살아생전의 사진을 볼 것을 권유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아버지를 떠나보낼 수 있었고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사례처럼 고인과의 갈등과 아쉬움이 많은 사람일수록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것이 어렵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게 특히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전혀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인 경우, 죽음 당시 상황이 너무 끔찍한 경우, 앞서 본 사례에서처럼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 고인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 즉 고인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미워하기도 했던 경우에 떠나보내는 과정은 훨씬 더 힘이 들게 된다.
죽은 사람을 잘 떠나보내고 헤어짐의 아픔을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특히 고인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이 누구나 있을 수 있는 것이니 이제 그만 미안해하고 더 이상 자신을 비난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한 가지가 아니며 부모와 자식조차도 좋기도 하지만 서운하기도 하고 밉기도 한 것임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충분히 사죄를 했다.
끝으로 고인의 죽음이 이 세상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좋다. 고인이 위에서 보고 있다면 흐뭇해하고 고마워할 일을 찾아서 한다면, 예를 들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면 그 사고를 계기로 그런 사고가 덜 생기는 세상이 되도록 이바지한다면 그 삶이 덧없지 않을 것이다. 주변에서도 ‘이제 그만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이제 지겹지도 않냐’고 그런 말씀하지 말고 오히려 함께 고인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해주기 바란다. 이 방법은 4년 전 떠난 세월호의 아이들과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님들,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유효할 것이다.
신동근 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